◎“거래물량확보 쉬운 금융중심지에 설립해야/은행·증권·보험사 등 집결/서울이 부산보다 적합” 국제통화기금(IMF) 사태는 환율, 금리 등 가격변동 위험에 대하여 많은 것을 깨우쳐 주었다. 갑작스러운 환율과 금리변동은 기업경영을 불안정하게 하고 일반국민의 소비활동을 위축시키는 등 일대 경제적 혼란을 가져온다는 것을 우리 모두는 경험하였다. 이럴때 실물과 금융상품의 가격위험을 관리하는 수단을 제공하는 선물거래소가 진작에 설립되었더라면 하는 아쉬움이 남는다. 그랬더라면 IMF 사태에 따른 충격을 상당부분 줄일 수 있었을 것이다.
다행히 우리나라에도 금년말 국내최초의 선물거래소가 개장될 예정이다. 그런데 최근 선물거래소의 입지선정에 대하여 선물협회 회원사들과 부산상공회의소 간에 논쟁이 가열되고 있음을 볼 수 있다. 회원사들은 1월초 서울에 거래소를 설립하기로 최종결정하였으나, 김대중 대통령 당선자가 거래소의 부산 설립을 검토하라는 지시를 함으로써 이 문제가 돌출된 것 같다. 거래소 출자를 담당하게 될 회원사들의 일관된 입장은 회원사들의 자율의사 존중, 시장성립요건, 전산시스템 운용의 효율성 및 안정성 확보, 부산 사무소 운영에 따른 추가 경비 부담 등을 들어 서울에 거래소가 설립되어야 한다는 것이다. 반면 부산 상공회의소 측은 가덕 신항만, 수영정보업무단지 건설과 연계하여 부산을 국제 금융·물류·정보의 중심지로 도약시키기 위한 방안으로 부산을 입지대안으로 내세우고 있다.
시장경제원리에 입각한 자율적 의사결정이라는 회원사 주장이나 지역경제활성화를 내세우는 부산 유치위원회의 입장이나 나름대로 정당성이 있다고 본다. 그러나 성공적인 선물시장 발전을 위해서는 다른 무엇에 앞서 채산성 있는 곳으로 거래소의 입지선정이 이뤄져야 할 것이다. 범세계적으로 금융시장이 통합되고 있는 추세에 비추어 볼때, 국제경쟁력을 갖는 최첨단 거래소가 아니면 살아남기 어렵다고해도 과언이 아닐 것이기 때문이다. 따라서 비용을 최소화하고 수익을 극대화할 수 있는 입지 선택이 일차적 기준이 되어야 한다.
선물거래소의 설립과 운영, 충분한 시장유동성 창출, 거래관련 각종 정보 수집과 배포, 경쟁질서 유지 및 거래당사자에 대한 건전성 감독 등에는 많은 비용이 발생한다. 이러한 비용을 충당하기 위하여는 손익분기점을 통과할 수 있을 정도의 거래물량 확보가 선결요건이다. 따라서 고객이 편리하게 접근할 수 있는 곳에 거래소 입지를 정하는 것이 필수적이다. 국내 최초로 개설될 이 거래소는 원화/달러, 금리 등 금융선물이 주종을 이루게 된다는 점에서도 국내외 은행과 증권회사 보험회사 등이 집결되어 있는 서울이 최적입지조건을 갖추고 있다고 볼 수 있다. 부산에 거래소가 설립될 경우 유관기관 및 선물업 종사자들의 부산이전으로 인한 주거비·교통비 등이 증대되고 이중의 사무소 운영으로 인한 임대료와 인건비 교통통신비 등의 추가로 발생, 시장발전에 저해요인으로 작용할 뿐 아니라 국가경제적 낭비로 이어질 것이다.
선물거래소의 최적 입지에 실패한 아르헨티나 헝가리의 경우 거래물량이 적어 적자를 면하지 못하는 등 우리에게는 반면교사가 되고 있다. 반면 금융중심지인 런던에 소재하는 런던금융선물거래소(LIFFE)는 거래규모면에서 세계 3대 국제거래소로 발전하고 있다. 이웃나라 일본의 경우 지역 특성을 살리자는 취지에 따라 오래전에 도쿄(동경), 오사카(대판), 홋카이도(북해도)에 선물시장이 설립되어 운영되어 왔다. 그러나 최근에 홋카이도 선물거래소는 도쿄거래소로 통합된 바 있으며, 40여년 전통을 가진 시모노세키(하관) 상품선물거래소 역시 회원·고객 등의 편리성 배려, 동아시아와 교류·연계, 거래소운영의 효율화를 감안하여 후쿠오카(복강)로 거래소를 이전할 계획이다. 이같은 해외 선물거래소의 성공 및 실패 사례는 우리나라의 거래소 입지선정에서 반드시 참고하여야 할 것이다.
사실 우리나라의 경우 외환시장이 발달되어 있지않고 채권시장 역시 초보적인 단계에 있어 외환·채권을 기초상품으로 하는 금융선물시장이 얼마나 빨리 정착해 나갈 수 있을지에 의문을 표하는 학자들이 적지 않다. 거래소를 개설했다고 해서 다 성공하는 것이 아니고, 외국의 거래소에서도 상장되는 상품 중에서 10% 정도만이 시장에서 살아남는 것을 감안할 때 거래소와 회원사, 관련업계의 비용을 최소화하는 입지선택만이 선물거래소 개설의 효과를 극대화할 것으로 믿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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