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벌개혁 길잡이” 금융도 변신해야『은행장인선에 절대 개입하지 않겠다. 나도 단 한군데라도 말하지 않을테니 (의원)여러분들도 오해받는 일이 없도록 하라』
(2월9일 국민회의 당무위원 국회의원 연석회의)
『은행이 오랫동안 중소기업에 못할 일을 많이 해왔으며 중소기업이 몰락의 길을 가게 된데 은행의 역할도 있었던 것이 사실이다. 은행이 스스로 변화해 중소기업과 벤처기업을 도와야한다』
(1월9일 전국 은행장과의 오찬간담회)
국민경제의 새틀짜기를 목표로 하는 김대중 대통령의 경제정책에서 금융의 좌표는 한 가운데 위치하고 있다. 전면적 경제구조조정을 위해 금융에 첨병의 역할을 부여하되 이를 위해선 금융 스스로 과감한 변신이 필요하다는, 「금융은 개혁의 주체인 동시에 목표」란 인식이다.
「DJ노믹스」의 금융정책의 핵심은 재무구조개선협약. 은행을 통해 재벌구조조정을 유도한다는 이 제도는 더이상 「산업에 끌려가는 금융」이 아닌 「산업을 끌고가는 금융」, 즉 금융의 산업우위를 선언한 것이다. 은행이 여태껏 재벌의 「자금펌프」노릇만 해왔고 그 결과 고질적 차입경영이 고착화한 점을 감안하면 금융(채권자)을 재벌(채무자)의 감시자로 자리매김한 것은 금융은 물론 산업정책에서도 일대 전환점으로 평가된다.
문제는 국내은행들이 「준비된 개혁 길잡이」가 아니라는데 있다. 『정치 경제 금융을 이끌고 왔던 지도자들이 관치금융 정경유착에 물들지 않았더라면 이런 불행은 일어나지 않았을 것』(25일 취임사). 즉 금융도 현 국가위기의 「공범」이란게 김대통령의 생각이다.
따라서 금융이 재벌개혁을 이끌기에 앞서 과감한 자기혁신을 해야하며 미진할 경우 정부는 개혁을 강제할 수도 있다는 입장이다. 내·외국인을 망라한 인수합병(M&A), 부실금융기관의 냉정한 시장퇴출등 빗장풀린 금융시장은 이제 먹고 먹히는 정글의 세계로 들어가게 됐다.
다만 재벌과는 다른 잣대가 적용될 전망이다. 『은행이 중소기업에 못할 일을 많이 했다』(1월9일 은행장간담회)는 말처럼 김대통령은 그동안 은행재벌의 유착구조속에서 중소기업은 그만큼 희생됐다는 생각을 갖고 있다. 따라서 관치금융 재연논란에도 불구, 중소·벤처기업육성을 위해 은행에 대한 「채찍」은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금융자율화는 곧 인사자율화다. YS정권의 금융자율실패를 누구보다 잘아는 김대통령은 이미 「은행인사 불개입」방침을 밝힌 바 있고 실제 이번 은행주총은 매우 「자율적」분위기에서 치러졌다.그러나 현 개혁구도하에서 재벌을 통제하려면 은행을 장악해야하고 그러려면 은행인사권을 쥐어야한다. 은행인사권만 놓치 않으면 모든 것을 가질수 있다. 이런 휴혹을 이겨내는 것은 새 정부의 아주 어려운 과제다. 그러나 정부가 금융지배의 구태를 못버린다면 모든 개혁은 물거품이 되고 만다.<이성철 기자>이성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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