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총리 인준 무산되자 ‘여소야대’ 벽 실감/“의원빼가기 없다” 불구 정계개편 거론 김대중 정권의 가장 큰 정치적 난제는 여소야대의 극복이다.
지금의 여소야대는 과거와는 차원이 다른, 더욱 가공할 만한 위력을 지니고 있다. 단일 거대야당에 공동 소수여당이기 때문이다. 여소야대란 말 대신 「거야소여」란 말이 자주 등장하는 것도 이때문이다.
여소야대의 파워는 이미 노태우 정권시절 충분히 검증이 됐다. 야당이 반대하는 한 무엇 하나 되는 일이 없었다. 90년 3당합당도 결국 여소야대 극복을 위한 선택이었다. 그 위력은 이번에 김종필 총리 임명동의안 처리를 둘러싸고 다시한번 여실히 입증됐다. 거야의 반대로 조각이 벽에 부딪치면서 「새대통령과 구내각의 동거」라는 기형적인 상황이 발생했다.
김대통령은 지난 25일 취임사에서 『오늘의 난국은 다수당인 야당의 협력 없이는 결코 극복할 수 없다』며 현실을 인정했다. 김대통령은 이어 『나라가 벼랑끝에 서 있는 금년 1년만이라도 도와달라』고 호소했다. 여기엔 여소야대 극복이 급선무이긴 하지만 인위적인 정계개편은 하지 않겠다는 메시지가 담겨있다. 과거처럼 강압적인 수단을 통한 「의원 빼가기」는 지양하겠다는 의지의 표현이다. 여권은 대신 국민들에게 직접 호소, 여론을 압박해 야당의 협조를 얻어내려 하고 있다.
그러나 이것만으로는 역부족이란 것이 냉엄한 현실이다. 총리임명동의안이 무산되자 정계개편 얘기에 힘이 실리고 있는 사실은 주목할 만한 대목이다. 정가 일각에서는 임명동의안에 대한 한나라당의 결사반대가 정계개편을 의식, 자체 결속을 다지려는 자구책이란 관측도 나오고 있다.
또한 총리임명동의가 정계개편을 촉진할 것이라는 얘기도 나오고 있다. 임명동의안을 둘러싼 진통은 정계개편의 발아를 위한 밑거름이자 배양액이 되고 있다는 설명이 뒤따른다. 총리임명동의안이 우여곡절 끝에 통과될 경우 한나라당은 소장파의 지도부 인책요구 등으로 자체 분열이 가속화할 것이란 전망이다. 동의안이 부결될 경우 곧바로 정국파탄으로 이어지면서 여권에 인위적인 정계개편의 명분을 제공할 가능성도 있다.
여권은 3월10일로 예정된 한나라당 전당대회 전후, 또는 6월 지방선거 전후에 가서는 정계개편과 관련한 가닥이 잡혀갈 것으로 보고있다. 이와 관련, 여권의 한 고위관계자는 『야권에서 이미 3∼4명의 의원이 국민회의 혹은 자민련에 입당의사를 밝혀왔지만 시기를 미루도록 했다』며 『본격적인 영입작업은 10명 또는 20명 단위로 한꺼번에 자연발생적으로 이루어지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아직까지 본격적인 정계개편 얘기는 여야 모두에게 금기사항이다. 국난의 위기상황에서 자칫 소모적인 정쟁만 야기할 우려가 있기 때문이다. 김대통령도 영수회담에서 인위적인 「야당의원빼가기」는 없을 것이란 점을 거듭 강조할 것으로 보인다.<홍윤오 기자>홍윤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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