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납차 다시 불러 출근 고건 총리에게 25일 밤과 26일 상오는 신임 대통령과 전정권의 각료들이 동거하는 상황을 응축적으로 보여주는 시간이었다. 조각 지연으로 고총리의 행보도 「자연인」과 「총리」를 오고갔다. 김종필 총리지명자에 대한 국회 임명동의 무산으로 고총리는 새 정부 「초대 총리」의 언저리에 서 있게 된 셈이다.
고총리는 25일 낮 식구들과 함께 삼청동 총리공관에서 동숭동 자택으로 이사를 마친 상태였다. 그러나 고총리가 퇴근한 이날 하오 6시께 총리실은 26일 상오 9시30분 개최할 예정이던 고총리 이임식을 취소했다. 고총리가 당분간 총리직에 머물러 있어야 할 상황이 올 수 있다는 판단에서였다. 그러나 고총리는 예정대로 25일 밤을 동숭동에서 보냈다. 관용차도 반납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25일 밤부터 고총리가 당분간 총리직을 유지할 가능성이 있다는 보도가 나오기 시작하자 총리실은 한때 『26일 총리가 출근하지 않을 가능성이 높다』고 언론사측에 해명하기도 했다. 즉 총리실내부에서도 26일 고총리의 출근여부를 말끔히 정리하지 못했다는 얘기다.
고총리는 26일 아침 동숭동 자택에서 김중권 청와대비서실장으로부터 전화를 받고서야 세종로 청사로 출근했다. 김실장은 전화를 통해 『고총리가 좀더 있어달라』고 말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따라 고총리는 반납한 관용차를 다시 불러 출근하고 긴급장관회의를 통해 행정공백을 최소화하라는 지시를 내리는 등 「정상업무」를 수행했다.
총리실 관계자는 『임명동의무산에 따른 어쩔 수 없는 일들』이라며 『새 정부도 임명동의 무산이후의 법률적인 판단과 정치적인 스케줄을 좀더 정교하게 고려했어야 했다』고 말했다.<이영섭 기자>이영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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