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5일 여의도 국회의사당앞에 차려진 15대 대통령취임식장. 새정부의 출범을 축하하는 열기로 시종 분위기가 고조됐다. 이런 가운데 내외빈이 자리한 단상과 일반 청중이 앉은 단하의 분위기가 묘하게 대조됐다. 두 자리 사이를 가른 주제는 정권교체였다. 우선 단상. 취임선서와 취임사를 한 김대중 대통령과 그에 앞서 식사를 한 고건 국무총리 모두 「50년만의 정권교체」를 연설의 화두로 꺼냈다. 김대통령은 『오늘은 이 땅에서 처음으로 민주적 정권교체가 실현되는 자랑스러운 날』이라고 규정했다.
이 말을 할 때 김대통령 뒤에 앉아 있던 수백명 내빈들의 얼굴에서는 순간적으로 희비와 명암이 교차했다. 김대통령에게 사형선고를 내린 사람까지 포함된 전직대통령은 물론 한때 명예를 누렸던 귀빈들은 시종 착잡할 수밖에 없었다. 반면 수적으로 이들보다 훨씬 적은 김대통령의 사람들은 감격어린 표정을 감추지 못했다.
그러나 단하의 공기는 이와 달랐다. 김대통령과 고향이 같은 호남 사람들의 목소리가 좀 더 유쾌하게 들리긴 했다. 그렇다고 충청도 경상도 강원도 제주도등 다른 도출신 하객들의 얼굴이 일그러져 보이지도 않았고 서운한 기색도 찾기 어려웠다. 소감을 묻는 기자들의 질문에 하나같이 밝은 표정으로『새정부 출범을 축하하고 김대통령이 나라를 잘 이끌어 주기를 바란다』고 덕담을 할 뿐이었다.
단상과 단하의 이같은 상반된 분위기는 김대통령이 임기동안 가야할 험난한 길을 단적으로 보여주고 있다. 김대통령은 50년 단일정파 정권의 묵은 적폐를 씻어내기위한 개혁과 계층·지역간의 화합과 단결을 동시에 이뤄내야 하는 무거운 짐을 지고 있다.
단상과 단하의 취임식은 정권교체가 김대통령에겐 영광이면서도 고난의 길로 들어서는 문이기도 하다는 점을 절실히 느끼게 해주는 현장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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