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소유 철학」으로 유명한 법정스님이 서울 명동성당에서 성직자와 신도들에게 연설하는 모습이 신문에 실려 화제다. 올해로 축성 1백주년을 맞는 명동성당이 스님을 초청해 마련한 특별강연회였다. 이런 자리를 만들어 준 「인연」과 「천주님의 뜻」에 감사한다는 법정스님의 말에 박수소리가 컸다 한다. ◆서로 어울려 보이지 않는 두 종교간의 왕래가 최근 부쩍 잦아진 것 같다. 지난달에는 송월주 조계종 총무원장이 불에 탄 약현성당을 둘러보았고, 천주교 복지시설인 음성 꽃동네를 방문하기도 했다. 지난해 12월 성북동에 지은 길상사 개원법회에 김수환 추기경이 참석해 축사를 해준 데 대한 답례였다. ◆길상사는 유명한 요정이던 대원각 자리에 섰다. 주인 김영한 할머니(82)가 희사한 시가 1천억원 가까운 땅에 법정스님이 회주가 되어 창건한 도량이다. 김 할머니는 이 땅 말고도 1백억원대의 재산을 사후 과학장학재단 기금으로 내기로 했고, 옛 애인의 이름을 딴 백석문학상을 제정해 화제가 되었던 인물이다. ◆가난한 내가/ 아름다운 나타샤를 사랑해서/ 오늘밤은 눈이 푹푹 나린다/ 나타샤를 사랑은 하고/ 눈은 푹푹 날리고…. 남에는 정지용, 북에는 백석이라는 칭송을 듣던 시인 백석의 「나와 나타샤와 흰당나귀」라는 시에 나오는 나타샤가 김 할머니다. 함흥 요릿집 기생과 천재시인의 사랑은 3년만에 끝나고 말았다. ◆김 할머니 집에는 지금도 「자야」란 옥호가 붙어 있다. 백석시인이 부르던 애칭이다. 혼란기에 북으로 간 시인의 훗날은 알 수 없어도 혼자 남은 연인의 아름다운 마음은 종교간 우호친선의 가교가 됐다. 사랑의 힘은 이렇게 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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