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5년 6월7일 지평선 칼럼/“일 음식=화식미화 잘못” 오늘날 ‘일식집’ 명칭계기 김대중 새대통령은 한때 한국일보 논설위원으로 활약했었다. 54년 6월9일자로 한국일보를 창간한 장기영 발행인은 전후의 폐허상황에서 새 바람을 일으키며 젊고 유능한 논객들을 영입했고 김대통령도 그 대상이었다. 김대통령은 54년 5월 실시된 3대 국회의원선거에서 낙선한 상태였다.
김대통령이 쓴 글 중에서 55년 6월7일 게재된 1면의 무기명칼럼 「지평선」은 많은 화제를 불러 일으켰다. 김대통령은 이 글에서 일본음식을 화식이라고 부르는 것은 잘못이라며 일본식이라고 부를 것을 제안했다.
이 칼럼이후 일식집이라는 말이 보편적으로 쓰이게 됐다. 칼럼에 대해 독자들의 투고가 잇따르자 한국일보는 며칠동안 일본음식의 명칭에 관한 의견을 모아 「독자투서란」에 실었다. 김대통령이 집필한 「지평선」전문을 소개한다.<서사봉 기자>서사봉>
<요즈음 「화식」이라는 간판이 많아졌다. 여러가지를 고루 먹는다는 뜻이 아닌 것은 물론이고 일본음식이라는 말이다. ▼얼마동안 거리에 보이지 않던 일본음식이 다시 범람하는 것은 무슨 까닭일까. 한국인의 구미가 일본음식을 좋아하게 될 무슨 생리적인 변화가 온 것인지, 일본음식이 값이 헐하다거나, 또는 특히 맛이 있다거나 그야말로 무슨 현실적인 수요의 이유가 있는 것인지 알 수 없다. ▼음식의 기호란 사람마다 식성에 달린 것이지마는 일본음식을 가리켜 볼품이 있다는 사람은 많이 보았으나 보통 한국인의 구미에 맞는다는 사람은 많지 않은 것 같다. 그러면 값이 싼 것인가. 재료의 질이나 양으로 보아 오히려 터무니없이 비싼 수가 많다. ▼이러고 보면 일본식이 유행할 이유는 좀처럼 알 수가 없다. 더구나 「초밥」이니 「덮밥」이니 「꼬치안주」니 「왜전골」이니 듣도 못한 신어를 쓰는 애국적인 사람들을 오히려 일본식을 파는 이나 사먹는 이에게서 많이 볼 수 있다는 것도 재미있다. ▼한식이나 중국음식을 파는 곳에서 일본식을 겸영하는 것은 별로 없으나 양식과 일본식을 같이 하는 집은 더러 있다. 다같이 외국음식이라고 하지만 약간 계통이 다르다. 아마 양식을 먹는 분들은 점잖은 분들이고 점잖은 분들은 일본식도 먹는다는 알 수 없는 이론에서 온 것인지도 모른다. ▼우리가 불란서료리를 먹든지 이태리요리를 먹든지 상관할 바 없듯이 일본료리를 먹는데 탓할 것은 없다. 그러나 「화식」이란 용어는 삼가고 싶다. 「왜식」이라고 하자니, 좀 모욕적인 표현같고 「일본식」이라고 하자니 좀 자극적인 표현같아서 그런지는 몰라도 일부러 「야마도」의 미칭을 붙여줄 까닭은 없다. 일본식, 일본주로 떳떳하다. ▼그렇게 붙이기가 꺼려지거든 그런 음식을 안 팔아도 안 먹어도 그다지 불편은 없는 것이다.>요즈음 「화식」이라는 간판이 많아졌다. 여러가지를 고루 먹는다는 뜻이 아닌 것은 물론이고 일본음식이라는 말이다. ▼얼마동안 거리에 보이지 않던 일본음식이 다시 범람하는 것은 무슨 까닭일까. 한국인의 구미가 일본음식을 좋아하게 될 무슨 생리적인 변화가 온 것인지, 일본음식이 값이 헐하다거나, 또는 특히 맛이 있다거나 그야말로 무슨 현실적인 수요의 이유가 있는 것인지 알 수 없다. ▼음식의 기호란 사람마다 식성에 달린 것이지마는 일본음식을 가리켜 볼품이 있다는 사람은 많이 보았으나 보통 한국인의 구미에 맞는다는 사람은 많지 않은 것 같다. 그러면 값이 싼 것인가. 재료의 질이나 양으로 보아 오히려 터무니없이 비싼 수가 많다. ▼이러고 보면 일본식이 유행할 이유는 좀처럼 알 수가 없다. 더구나 「초밥」이니 「덮밥」이니 「꼬치안주」니 「왜전골」이니 듣도 못한 신어를 쓰는 애국적인 사람들을 오히려 일본식을 파는 이나 사먹는 이에게서 많이 볼 수 있다는 것도 재미있다. ▼한식이나 중국음식을 파는 곳에서 일본식을 겸영하는 것은 별로 없으나 양식과 일본식을 같이 하는 집은 더러 있다. 다같이 외국음식이라고 하지만 약간 계통이 다르다. 아마 양식을 먹는 분들은 점잖은 분들이고 점잖은 분들은 일본식도 먹는다는 알 수 없는 이론에서 온 것인지도 모른다. ▼우리가 불란서료리를 먹든지 이태리요리를 먹든지 상관할 바 없듯이 일본료리를 먹는데 탓할 것은 없다. 그러나 「화식」이란 용어는 삼가고 싶다. 「왜식」이라고 하자니, 좀 모욕적인 표현같고 「일본식」이라고 하자니 좀 자극적인 표현같아서 그런지는 몰라도 일부러 「야마도」의 미칭을 붙여줄 까닭은 없다. 일본식, 일본주로 떳떳하다. ▼그렇게 붙이기가 꺼려지거든 그런 음식을 안 팔아도 안 먹어도 그다지 불편은 없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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