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연합(EU)이 이란과의 화해를 선언했다. EU 외무장관들은 23일 이란에 대한 상호 고위급 접촉을 금지한 제재 조치를 철회하고 각료급 접촉을 재개키로 했다. EU측은 모하마드 하타미 이란 대통령의 『EU와 이란이 적대관계를 유지할 하등의 이유가 없다』는 최근 발언을 제재 해제 이유로 내세웠다. 미국에 대한 관계개선 표명 등 이란의 대내외 정책도 고무적이라고 평가했다.
양측 관계는 지난해 4월 독일 법원이 『92년 9월 베를린에서 발생한 이란 반체제 인사 살인사건은 이란 최고지도부가 주도했다』고 판시하면서 급속히 냉각됐다. 이란이 독일 주재 대사를 소환하자 독일도 똑같은 조치를 취하는 한편 독일에 체류중이던 이란 외교관 4명을 추방하는 강경책으로 맞섰다. EU 15개국도 대사소환을 결의하는 등 「이란 때리기」에 가세, 이란은 사실상 서방으로부터 고립상태에 빠졌다. 더욱이 미국도 이같은 분위기에 편승, 곧바로 고위대표단을 유럽에 파견해 이란에 대한 경제·외교적 봉쇄정책을 부추겼다.
그러나 독일 등 EU 국가들은 중동의 교두보격인 이란과의 완전한 관계단절은 원치 않았다. 특히 한해 교역규모가 18억달러에 달하는 독일은 미국의 희망과는 달리 이전보다 통상규모를 확대하는 등 대 이란 접근을 강화할 전망이다. 프랑스도 토털사가 미국의 제재 위협에도 불구, 이란 국영석유회사와 35억달러 규모의 유전 및 가스전 개발계약을 하는 등 「잇속 챙기기」에 여념이 없다.
이제 공은 이란쪽에 넘어가 있다. 자존심 강한 이란이 대량 살상무기와 작가 살만 루시디에 대한 살해명령 등 인권 문제를 우선 논의하자는 EU측의 요구에 어떻게 반응할 지 주목된다.<이종수 기자>이종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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