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일식 시장경제론 모델/철저한 자율경쟁속에 중기·농업 등 약자보호/소득재분배에도 신경 『현 경제위기는 민주주의를 제쳐놓고 경제발전만을 추구해 독재와 권위주의정치, 정경유착, 관치금융, 관료주의, 부의 소수집중 등을 낳아 경쟁력을 상실했기 때문에 겪는 좌절이다』(1월5일 국민회의 시무식에서)
『이제 민주주의와 경제발전이 똑같이 중요하다는 참다운 진실을 실천할 단계다. 노사정이 협력해 나가야 한다. 그동안 노동계에 일방적인 희생이 강요되기도 했으나 기업들도 달라진 모습을 보이고 있다. 정부는 고통분담에 앞장서고 노사 양자의 중간에 서서 동지적 협력관계의 가교역할을 할 것이다』(1월15일 노사정위 발족식에서)
김대중 대통령시대의 경제기본틀은 「민주적 시장경제」로 압축된다. 한마디로 경제와 민주주의의 병행발전이다. 이는 그의 경제 철학이자 향후 정책(DJ노믹스·DJ Nomics)방향이다.
통상 시장경제 앞에는 「자유」가 붙는다. 「민주」라는 문패를 대신 내세운데는 우리 경제현실에 대한 새 대통령의 인식이 담겨있다. 과거 정부는 민주적 정치발전은 외면한채 외형적 경제성장만을 강조, 결과적으로 특정계층이나 기업에 부를 집중시키는 경제적 불균형을 용인해 왔다는 관점이다. 또 공정한 경쟁이 보장되지 않은 채 과도한 정부 개입과 대기업의 횡포로 경제의 비민주적 구조가 깊게 뿌리를 내렸다. 이런 상황에서 시장경제만 강조할 경우 불공정한 분배구조가 고착될 우려가 있다는 게 김대통령의 시각이다. 곧 민주적 시장경제는 경제가 민간의 자율과 시장의 힘에 의해 움직이도록 하면서 각 경제주체간 합의를 유도, 이를 통해 시장경제가 야기하는 갈등과 불균형을 해결하는 체제라고 볼 수 있다.
민주적 시장경제론은 독일 프라이부르크학파 이론에 입각, 라인강의 기적을 일궈낸 「사회적 시장경제론」이 모델. 경제운영은 철저히 시장경쟁원리에 맡기고 정부의 시장개입은 독과점 규제를 통한 공정경쟁질서의 확립, 소득재분배 그리고 시장실패의 교정에 국한한다는 게 골자다.
김 새대통령은 「작지만 강력한」 정부를 통한 민주적인 경제관리의 필요성을 강조하고 있다. 최근의 정부조직개편작업도 같은 맥락이다. 『정부는 기업활동의 자율성을 최대한 보장해야 한다. 그리고 분배의 정의실현을 위해 노력함과 아울러 이제까지 버림받아 온 중소기업과 농업의 육성보호에 힘써야 한다. 모든 경제관련법률을 공정하고 엄격하게 운영, 누구도 투기나 특혜로 치부할 수 없게 만들어야 한다』(저서 「대중참여경제론」중에서)
노사정 합의를 통한 고통분담, 현 재벌체제에 대한 빈번한 비판과 강력한 개혁의지, 중소기업 우대정책등은 그의 민주적 시장경제론을 실증적으로 반영한 것이다.
DJ노믹스는 이제 본격적인 시험대에 올랐다. 그는 경제브레인을 비롯, 다양한 채널의 의견을 종합해 직접 결정해 나가는 스타일로 알려져 있다. 민주와 시장경제라는 두마리의 토끼를 과연 잡을 수 있을 것인가. 그의 리더십이 주목된다.<정희경 기자>정희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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