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궁핍시대’에 시여 우뚝서라/김수영 30주기문예지 연중기획·특집물 동료·후배 헌정시집 준비/박목월 20주기재평가작업·시 전집 펴내/박재삼 1주기민음사서 2권전집 펴내/회갑 맞는 황동규‘어떤 개인날’서 ‘외계인’까지 문화과 지성사 전집 출간 박목월 김수영 박재삼 그리고 황동규. 한국 현대시단의 우뚝한 이름들. 98년은 이들의 이름이 다시 전면에 나서고, 그만큼 한국 시가 자기 자리를 되돌아보는 한 해가 될 전망이다. 우울한 시대, 시인조차 「앞으로 시인들은/어떻게 살아갈 것인가/돈도 빽도 원숭이재주도 없는/오직 슬픈 노래밖에 부를 줄 모르는/…시인들은, 그러나 어떻게 살아갈 것인가」(김준태 「시인」중에서 「실천문학」98봄호 게재)라고 회의하는 세상이지만 우리 시와 시인의 힘은 오히려 이럴 때 다시 확인될 수 있다.
올해는 박목월시인의 20주기. 사후 20년만에 그의 전집이 발간되고, 지난해 작고한 박재삼시인의 전집도 1주기를 맞춰 출간된다. 회갑을 맞는 황동규시인도 이제까지 그의 시작 전부를 전집으로 묶어낸다. 올해는 또 김수영시인의 30주기가 되는 해이기도 하다.
목월(1916∼78)은 우리 전통시의 맥을 가장 탁월하게 계승한 시인의 한 사람이었다. 그러나 육영수여사의 자서전(75년)을 썼다는 이유 하나로 그는 평가절하되어야 했다. 민음사는 그의 20주기(3월24일)를 맞아 「박목월 시전집」을 펴낸다. 청록파시인 중에서도 우리 말을 다루는 솜씨에 있어서는 가장 시인적인 시인으로 꼽혔던 목월 시세계의 전모가 다시 조명될 전망이다.
지난 해 타계한 박재삼(1933∼97)시인의 전집도 6월 민음사에서 2권 분량으로 나오게 된다. 첫 시집 「춘향이 마음」(62년)부터 마지막 시집 「다시 그리움으로」(96년)까지 15권의 시집에 수록된 시들이 정리된다. 아름다운 우리 입말(구어)의 맛을 누구보다 잘 보여준 절창을 남긴 박시인은 청록파 이후 한국시단에서 시종일관 서정시인이었던 유일한 사람으로 평가된다.
황동규 시인의 전집은 문학과지성사에서 3월말께 출간될 예정. 그의 전집은 「어떤 개인날」에서 「외계인」까지 10권의 시집에 수록된 시 전부와 최근작까지를 망라할 예정이다. 황씨의 초기작은 최근 영화에 삽입돼 다시 대중적 인기를 얻은 시 「즐거운 편지」등에서 볼 수 있듯 목월·박재삼과 상통하는 전통적 서정으로 젊은이의 투명한 의식세계를 그렸다. 이후 그는 70년대 억압된 사회하 지식인의 좌절을 절제된 문법으로 그린 중기 작품경향에 이어 최근에는「풍장」연작 등에서 발랄한 상상력으로 삶의 의미를 성찰하고 있다.
김수영 30주기를 맞아 문단은 이미 그에 대한 다각적 조명작업을 시작했다. 계간 「실천문학」이 연중기획물을 싣고 있고, 김수영문학상을 81년부터 시행하고 있는 민음사도 계간 「세계의 문학」 여름호를 김수영 특집호로 꾸밀 계획. 그의 생전 동료·후배시인들의 헌정시집 출간도 준비중이다. 81년 초판이 나온 「김수영전집」(1권 시, 2권 산문)은 여전한 스테디셀러이다. 모더니즘의 한계까지 철저히 자각했던 모더니스트였던 그는 계파에 상관없이 한국 시는 물론 사상계에 지속적 영향을 주고 있는 거의 유일한 시인이다.
문학평론가 이광호씨는 『80년대 시단이 카프·월북시인에 대한 조망으로 압도됐다면, 90년대는 출판산업의 논리에 말려 신인들의 튀는 작품에 시가 휘둘린 거품의 시대였다』며 『올해는 이들 우리 문학사의 정통을 대표하는 시인들의 작업이 차분히 재조명됨으로써 한국 시에 대한 새로운 시각이 정립되는한 해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하종오 기자>하종오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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