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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공 귀농’의 조건/김재홍 충남대 교수(전문가 진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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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공 귀농’의 조건/김재홍 충남대 교수(전문가 진단)

입력
1998.02.25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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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슨 일을 어떻게… 철저한 사전분석·준비 필요/농산물판매망 등 고려 적절한 입지선정도 중요” 최근 들어 귀농인구가 증가하고 있다. 전국적으로 보면 90∼92년에는 연간 400명내외의 귀농인구가 있었으나, 96년 한해에는 2,000명이 넘었으며 이중 40세 미만의 청장년층이 45%를 상회하고 있다. 충남지역의 경우도 90∼92년에는 연간 30명 미만의 귀농사례가 보고됐으나 96년 105명, 97년 172명으로 과거와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많은 귀농사례가 보고되고 있다. 최근 경제의 악화와 실업인구의 증가는 귀농인구를 더욱 증가시킬 것으로 예상된다.

 이와 같은 귀농인구의 증가는 일면에서는 농업이 선호대상 직업으로 되어간다는 반가움이 없는 바는 아니지만 다른 한편으로는 농촌이 도시 정착에 실패한 사람들에 대한 궁극적인 안주처가 되지 않을까 하는 두려움도 벗어버릴 수 없다. 물론 귀농을 이렇게 단순화시켜 버릴 수 없으며 귀농을 결심하기까지는 많은 요인이 작용했을 것이다.

 귀농 인구가 늘어나자 지방자치단체에서는 귀농인을 자기 지역에 유치하기 위한 프로그램을 개발하여 시행하고 있으며, 농업관련 기관이나 농과대학에서도 귀농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고, 또 많은 귀농 성공사례가 발표되고 있다.

 그렇다고 모든 귀농자가 농촌에 성공적으로 정착하는 것은 아니다. 귀농자가 다시 농촌을 떠나는 경우도 많다. 아직도 농촌은 사회·문화적 측면에서 도시와 많은 격차가 있다. 이런 사실을 알고서도 귀농하고자 하는 사람에게나 지방자치단체, 중앙 정부에 몇가지를 당부하고 싶다.

 우선 귀농자에게는 첫째, 준비를 철저히 하라. 막연한 농사는 없다. 그저 농사나 짓겠다는 생각으로 농촌에 들어온 경우 성공할 수 없다. 오늘날 농업은 많은 노동과 선진기술을 투입하는 산업이며, 자본도 많이 소요된다. 무엇보다도 IMF 파고를 넘기기 위하여 농업을 선택했다면 다시 한번 생각해 보라고 권하고 싶다. 농업도 IMF의 영향을 많이 받고 있다. 축산농가는 사료부족으로 새로운 사료원을 발굴하지 못할 경우 경영존립이 어려운 지경에 도달해 있다. 대부분 수입에 의존하는 사료용 곡물은 물량확보와 가격인상 양쪽에서 공격을 받고 있다. 경종 농가에서도 농약, 비료값 인상등 영농비 인상요인이 많으며 일부는 인상에 따른 피해를 받고 있다. 특히 시설채소농가는 에너지 가격 상승으로 영농을 계속하여야 하는가에 대해 의문을 표시하는 농가도 많다. 어떤 일을 어떻게 할 것인가, 그 일이 가능한가를 철저히 분석하여 성공적으로 농촌에 정착하기 바란다.

 둘째, 입지선정을 잘해야 한다. 자기가 하고자 하는 농사가 거주하고자 하는 지역에 맞는가를 살펴보아야 한다. 작목반은 조직되어 있는가, 판매망은 어떠한가 등에 대해 알아보고 입지를 선정해야 한다. 단순히 연고지에 입지할 경우 자기가 생산하고자 하는 농산물에 대한 기술지도나 생산된 농산물의 판매에 어려움을 겪을 수 있다. 많은 지방자치단체가 귀농 프로그램을 열고 있으며, 각 도의 농촌진흥원이나 지역 농과대학에서도 귀농 프로그램을 개설하고 있으므로 이들 기관과 상의하여 적절한 지역를 선택해야 한다.

 셋째, 귀농 시기를 잘 선택해야 한다. 농업은 계절에 따라 생산할 수 있는 품목이 정해져 있으므로 제때에 입촌하지 못할 경우 1년 가까운 시간의 공백이 생기게 된다. 준비기간을 고려하여 언제 입촌할 것인가를 잘 생각하여야 한다. 마지막으로 영농을 하겠다는 본인의 의지가 철저한가를 다시 한번 생각해야 한다.

 지방자치단체는 단순히 귀농인을 유치하는데 끝낼 것이 아니라 계속적인 관리와 지도로 이들이 성공적으로 영농에 종사할 수 있도록 도와야 한다. 지역 농업관련 공무원과 학계, 유관기관과의 협조를 통해 귀농자 관리 프로그램을 만들어 운용해야 한다. 지금과 같은 기술지도 중심체제에서 벗어나 농가 전체를 관리할 수 있는 프로그램을 개발하여야 한다.

 끝으로 정부에 당부하고 싶다. IMF를 벗어나는데는 많은 방법이 있다. 수출촉진, 산업구조개편 등은 매우 중요하다. 그러나 지금과 같은 식량자급도의 저하, 농업경시로는 설혹 이번에는 무사히 넘어간다 할 지라도 또다시 이런 상태가 닥칠 것이다. 농업을 살리는 일은 국가를 살리는 일이다. 연간 수백억 달러의 외화를 농산물 수입으로 지출한다면 만성적인 외화부족 사태를 벗어날 길이 없을 것이다. 식량자급도 향상을 위한 적극적인 계획을 세우고 이를 지원해야만 다시 이런 상태가 오지 않을 것이다.<농업경제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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