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왜곡된 역사의식이 인류비극 불러”/20세기 반복돼온 대학살 근원엔 집단갈등 증폭하는 ‘기억의 정치’『1943년 12월13일 프리모 레비는 이탈리아에서 파시스트민병대에 체포돼 포실리수용소에 갇혔다. 거기에는 레비와 같은 유대인 150여명이 있었다. 44년 2월 어느 날 나치보안대가 도착했고… 화물칸의 문이 모두 닫히면서 레비는 목적지가 아우슈비츠라는 것을 알았다. 노동에 쓸모없는 여자와 아이들은 일찌감치 가스실에 보내졌다』
가톨릭대 국제학부 이삼성(41) 교수는 「20세기의 문명과 야만전쟁과 평화, 인간의 비극에 관한 정치적 성찰」(한길사 발행, 2만원) 첫 머리를 레비의 아우슈비츠 강제수용소 생존체험기로 시작한다.
20세기는 인류에게 유례없는 물질적 번영과 인권의 신장을 가져왔다. 그러나 다른 한편으로 나치의 유대인대학살, 일본군의 난징(남경)대학살, 히로시마·나가사키 원폭투하, 일본군 군대위안부문제를 거쳐 얼마 전까지 계속된 보스니아와 르완다내전 등 참극으로 얼룩진 한 세기였다. 이교수는 문명의 세기에 오히려 강렬해진 야만에 관한 성찰을 시도한다.
20세기 들어 전쟁이 민간인을 포함한 대량학살로 이어진 원인은 무엇일까요.
『전쟁이 제노사이드(인종학살)로 연결되는 것은 정치적 현상입니다. 그것을 「기억의 정치」라는 개념으로 접근하고 싶습니다』
기억의 정치란 게 뭡니까.
『제노사이드에 있어서는 생물학적·우주론적 필연성이 없는데도 집단과 집단 사이의 갈등이 극적으로 폭력화합니다. 과거에 대한 기억으로서의 역사의식이 왜곡 과장 축소 은폐되면서 제노사이드로 증폭되는 것이지요. 이는 인종주의 제국주의 등 특정사회와 국가의 지배이데올로기와도 연결됩니다』
기억의 정치를 극복할 수 있는 방안이 있습니까.
『싸움을 인류의 비극으로 증폭시키는 사회 정치 문화적 메커니즘, 즉 모든 이데올로기를 역사와 정치제도의 산물로 보되 서로의 사회와 과거에 대한 왜곡된 기억을 가능한한 걷어내야 합니다. 말하자면 자기성찰의 문제지요』
그게 국가나 세계질서 차원에서 가능할까요.
『물론 이성적 성찰만으로 될 일은 아니겠지요. 그래서 그러한 실마리로나마 20세기 비극을 확인하고자 한 것입니다』
이교수는 예일대에서 정치학박사 학위를 받고 한림대 교수를 지냈다. 「미국의 대한정책과 한국민족주의」 「한반도 핵문제와 미국외교」 등 6권의 연구서를 낸 바 있다.<이광일 기자>이광일>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