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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혈세,한국 혈세/장인철 국제부 기자(기자의 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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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혈세,한국 혈세/장인철 국제부 기자(기자의 눈)

입력
1998.02.24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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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일본 교도(공동)통신은 최근 일본 전역의 19개 금융기관을 대상으로 흥미있는 조사를 실시했다. 부실채권 누적으로 경영상태가 나빠진 금융기관 지원을 위해 일본정부가 마련한 30조엔의 공공기금을 실제로 지원받을 용의가 있느냐는 것이었다. 지난주초 중의원을 통과한 금융안정화법에 따라 조성된 공공기금 30조엔은 3월말 결산을 앞두고 국제결제은행(BIS)기준 자기자본비율을 높이기 위해 안간힘을 쓰고 있는 일본 부실 금융기관들에 다시없는 「생명수」인 셈이다.

 그런데 금융기관들의 반응은 우리의 눈으로 볼 때 전혀 의외였다. 5개를 제외한 대부분의 금융기관이 「특혜」받기를 주저한 것이다. 은행들이 내세운 대부분의 이유는 『(마음은 굴뚝같지만) 공공기금 활용기준이 아직 마련되지 않았다』는 것이다. 여기에는 물론 특혜를 받을 경우 오히려 신용에 더욱 타격을 받을 수 있다는 현실적인 우려도 있었다.

 하지만 교도통신은 이같은 반응의 주요 배경을 「일련의 금융스캔들로 납세자의 돈이 은행에 유입되는데 대한 비판여론을 의식한 것」으로 정리했다. 실제 최근의 각종 여론조사결과 일본 국민의 80% 정도가 공공기금을 활용한 정부의 「특혜지원」에 반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결국 혈세의 쓰임새에 대한 일본 국민의 감시와 비판이 「특혜」의 대상자들을 움츠리게 만든 셈이다.

 국내에서도 국고자금이나 각종 연금 기금 등이 부실금융의 뒤처리를 위해 쓰이고 있다. 국고자금은 물론 연기금도 사실상 국민의 돈인 「혈세」다. 2월에만도 종금사 예금 등의 지급을 위해 연기금 5조원이 투입됐다.

 정리해고된 일반 회사원들이 퇴직금조로 어음을 받아들고 허탈해하고 있는 한편에서 한국해양수산개발원 등 각종 정부산하단체들은 한술 더 떠 직원들에게 최고 80개월분의 월급을 퇴직금으로 챙겨주고 있다. 감시와 비판의 부재 속에서 한국의 혈세는 멋대로 쓰이고 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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