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벌 “생존걸린 문제 시간촉박” 불만/약정체결 난항 졸속 우려 은행을 통해 재벌의 구조조정을 추진하려는 「재무구조 개선약정」체결작업이 난항을 겪고 있다.
재벌마다 그룹 전체의 밑그림을 새로 그려야 하는 방대한 작업임에도 불구, 정부가 제시한 마감시한이 너무 촉박해 구조조정작업 자체가 형식과 졸속으로 흐를 가능성이 엿보이고 있다. 국민경제와 기업 모두의 생존 문제가 걸린 중차대한 사항을 놓고 정부는 너무 밀어붙이고 재벌은 시간벌기에만 급급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21일 금융계에 따르면 재무구조개선약정 우선체결대상 26개 재벌(30대그룹중 법정관리나 화의를 신청한 기아 한라 진로 뉴코아제외)중 관련서류 제출마감시한인 이날까지 계열사정리 및 부채비율감축계획등을 주거래은행에 낸 곳은 8개 그룹에 그쳤다. 한일은행 주거래인 한화·한일·대림·한솔·코오롱·대상그룹과 조흥은행 주거래의 금호그룹 아남산업등이다.
특히 삼성 현대 대우 LG SK등 5대 재벌은 한군데도 자료를 제출하지 않았으며 23일께 내겠다는 의사를 은행측에 통보한 것으로 알려졌다.
재계 관계자는 이에 대해 『약정 시안이 나온지 불과 3, 4일만에 기업의 생사문제가 걸린 방대한 자료를 제출하라는 것은 현실적으로 무리』라며 『아무리 주거래은행이라해도 기업비밀까지 내라는 것은 경영상 심각한 문제를 야기할 수도 있다』고 지적했다. 한 시중은행 여신담당자도 『예컨대 5년후 부채감축계획을 짜려면 경기와 환율등 다양한 변수를 고려해야 하는데 며칠새 이를 마무리하기란 현실적으로 어려울 것』이라고 말했다.
따라서 내주초까지 모든 재벌이 자료를 제출한다해도 금융당국과 은행의 심사과정에서 상당한 수정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또 월말로 예정됐던 재무구조 개선약정체결과 다음달까지 마무리하려 했던 63대 재벌의 약정작업도 함께 순연될 것으로 보인다.<이성철 기자>이성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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