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나라 의총 당론결정 방법싸고 진통/“분열상 보이지 말자” 박수로 채택 「김종필 총리」 임명동의에 대한 반대당론을 확정한 20일의 한나라당 의원총회는 찬반논란 외에도 당론결정 여부와 방법에 관해서도 의견이 엇갈리는 등 진통을 거듭했다. 또 『동의안을 통과시키면 그 주역들의 이름을 소설에 실명으로 쓰겠다』는 김홍신 의원의 발언내용을 놓고 고성이 오가는 험악한 분위기가 한때 연출되기도 했다.
이날 회의에는 중진들 가운데 김윤환 고문이 불참했고, 지난주 공동 기자회견을 통해 찬성의견을 개진한 「4인방」중에는 현경대 의원을 제외한 김종호 정재문 박세직 의원이 참석했다.
토론은 반대와 찬성론자가 교대로 발언하는 방식으로 진행됐다. 권기술 의원은 『총무단은 부정축재 등 도덕성에 문제가 있는 사람은 배제돼야 한다는 기준을 정했다』며 반대여론을 은근히 유도했다. 이에 김종호 의원은 『JP총리 임명동의는 단순한 총리인준이 아니라 국민이 선택한 DJP연합정권의 출범을 인정하는 것』이라며 『경제위기 극복을 위한 국력결집 차원에서 찬성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또 이부영 의원은 『대통령이 고령인 만큼 총리에는 왕성한 활동력을 가진 참신한 경제전문가가 임명돼야 한다』면서 『「김대중 납치사건」당시 총리였던 JP가 DJ의 국정파트너가 되는 것은 모순』이라고 반박했다.
이어 박세직 의원은 『국가존망의 위기에서 국정공백이 초래돼서는 안된다』는 「안정론」을 피력한 뒤 『독립된 헌법기관인 의원 개개인의 판단에 찬반을 맡겨야 한다』며 당론채택 자체에 반대했다. 이신행 의원도 『선거에 졌으면 승자가 일을 할 수 있도록 기회를 주는 것이 도리』라며 가세했다. 이에 대해 제정구 이신범 의원 등은 『JP가 총리가 안되면 나라가 엉망이 된다는 데 이것이 도대체 무슨 논리냐』면서 『경륜있다고 해서 중책을 맡긴다면 우리나라는 경로당이 되고 말 것』이라고 맞받아쳤다.
이같은 공방과정에서 반대론에는 『잘 했어』라는 격려와 함께 큰 박수가 터져나온 반면 찬성발언에 대해서는 호응이 없어 결론의 방향을 예고했다.
토론종료후 이상득 총무는 표결을 선포했으나 이번에는 표결방식이 문제가 돼 논란이 일었다. 대부분 의원들은 간편한 기립표결을 하자고 요구했으나 김영구 의원 등이 『국회법상 인사문제에 대한 표결은 무기명 비밀투표로 해야 한다』고 제동을 걸었다. 김의원은 나아가 『국회에 공식 회부되지도 않은 동의안을 놓고 당론을 정해도 되느냐』며 당론결정 유보를 주장하기도 했다. 또 조순 총재가 발언을 자청, 『기립표결이든 무기명 투표이든 표결을 해 의원들의 입장이 갈리는 모습을 보이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말해 장내가 크게 술렁거렸다. 그러자 이총무는 『90% 이상이 임명동의 반대의견을 갖고 있는 것 같으니 표결없이 「반대」를 당론으로 결정하자』고 제안, 의원들의 박수속에 반대당론을 채택했다.
이날 의총에서는 조총재가 토론에 앞서 인사말을 통해 자신의 견해를 적극적으로 개진한 데 반해 이한동 대표는 의례적인 인사마저 생략한 채 시종 침묵을 지켜 눈길을 끌었다. 국회 146호실 회의장밖에는 국민회의와 자민련 당직자 30여명이 서성거리며 회의결과에 촉각을 곤두세웠다.
의총에는 소속의원 162명중 123명이 끝까지 자리를 지켰는 데 김윤환 이홍구 최형우 현경대 강삼재 장영철 강재섭 서상목 김동욱 김일윤 박주천 이재명 황성균 최욱철 김무성 김광원 서한샘 윤한도 이미경 김길환 이의익 이찬진 의원 등이 불참했다.<유성식 기자>유성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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