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굴지의 모그룹 계열사는 지난해 자사가 가입한 78개 사업자단체에 23억원가량 회비를 냈다. 전경련 2억원, 상의 6천만원, 경총 4천만원 등이며 실적에 연동돼 수억원씩 납부한 단체도 있다. 회계상 손비처리되나 그만큼 소비자부담이 늘어난 것이다. ◆사업상 도움을 얻기 위해 가입했으므로 회비를 내는 건 불가피하다. 문제는 기업 입장에서 회비 액수에 걸맞은 도움을 협회나 조합이 주지 못한다고 느끼는 데 있다. 최근 대형건설업체 7개사가 해외건설협회에 대해 회비납부를 재검토하겠다고 통보한 것도 같은 맥락이다. ◆서울 명동에 지상 15층짜리 은행연합회 사옥이 서 있다. 회원 출자로 평당 억대의 금싸라기땅에 수백억원을 들여 건립한 회관이다. 지난해말 국내 은행의 신인도 위기가 터진 뒤 『외국인들이 은행회관에 한번 들러보면 걱정 않고 돌아갈 것』이라는 비아냥까지 나왔다. ◆통상산업부는 무역관련 조합·협회의 통폐합과 수수료 인하를 수차례 시도했었다. 이 바람에 기득권을 지키려는 단체들로부터 온갖 저항에 시달렸고 욕도 숱하게 먹었다. 반면 금융 건설 환경 보건 노동 등 다른 분야에선 소관부처의 개선노력조차 들은 바가 없다. ◆새 정부측은 일정 규모 이상 순익을 낸 기업에 대해 정치자금 기탁을 양성화하는 방안을 검토중인 것으로 전해진다. 부담금, 협회비, 수수료 등 각종 준조세는 그동안 입이 아프도록 지적됐지만 해결 안된 숙제다. 사업자단체의 「존재 이유」를 원점에서 재점검, 과감히 기업부담 경감을 시도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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