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깨진 교포정치인의 꿈(사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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깨진 교포정치인의 꿈(사설)

입력
1998.02.21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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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의 죄가 스스로 죽음을 택할 만큼 용서 받을 수 없는 것인가를 가리기에 앞서 아라이(신정장경)의원의 자살을 보는 우리의 심정은 착잡하다. 귀화 재일동포 정치인의 좌절된 꿈이 안타깝다. 아라이 의원 자살사건은 일본 「대장성 경제」의 파탄을 상징적으로 보여주는 것이기도 하다. 자본주의 시장경제는 정글의 세계다. 서구 선진경제는 이 야수성을 법의 틀 안에 묶어 강자의 탐욕을 다스림으로써 시장의 황폐화를 막는다. 그러나 일본은 정부의 행정지도가 고도성장을 견인해 왔다. 그 주체가 우리 재경원의 모델인 대장성이다. 영미식 자본주의가 재판소경제라면 일본식 자본주의는 대장성경제라 할 수 있다.

 무소불위의 권한을 가진 대장성은 정경유착과 관치금융의 뿌리일 수밖에 없었고, 그 폐해가 드러난 것이 야마이치(산일)증권의 부도를 부른 이른바 「총회꾼」사건이다. 증권회사가 경영비리를 감추는 방편으로 야쿠자 총회꾼이나 대장성관료, 정치인에게 사기적 폭리를 제공한 것이 그 사건의 정체다.

 검찰의 수사과정에서 그같은 경제범죄가 금융기관 전체에 만연해 있고, 오늘 일본경제의 침체가 바로 그런 엉터리 금융관행에서 비롯됐음이 잇따라 밝혀지고 있다. 일본사회는 체제방어를 위해 희생양을 찾았고, 그 덫에 걸린 것이 아라이 의원이라고 한다면 지나친 곡해일까.

 재일동포에 대한 혹독한 차별이 지겨워서 16세때 일본에 귀화했던 아라이의원은 동경대학 경제학부 졸업후 대장성관료를 거쳐 자민당에 들어가 4선을 기록한 엘리트 정치인이었다. 이만한 위치의 정치인 치고 정치자금 조달방법이 만천하에 떳떳한 사람은 일본정계에 없다는 것이 상식이다. 아라이 의원만이 유별나게 언론과 검찰의 표적이 됐어야 할 이유를 우리는 알 수 없다.

 일본 사람들은 페루에 귀화해서 대통령을 지내고 있는 후지모리를 자랑삼고 있다. 귀화한 재일동포를 보통의 일본인으로 용납하지 못하는 편협한 마음을 아라이 의원이 자살로써 꾸짖고 있음을 일본사회는 깨달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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