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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국채보상운동의 방향/김영호 경북대 경상대학장(특별기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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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국채보상운동의 방향/김영호 경북대 경상대학장(특별기고)

입력
1998.02.21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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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세우기·국민통합넘어 ‘전략적 소비’ 문화로/외국직접투자 불러야 채무국대변기구도 추진을” 오늘(21일)은 국채보상운동 91주년 기념일이다. 91년전 오늘 대구에서 일어난 이 운동은 삽시간에 전국을 휩쓸어 세계사에서 유례가 없는 독특한 국민경제운동으로 역사에 남게 되었다.

 한국은 사실상 이 운동의 전통을 잊고 있었다. 「차입경영­거품투자­과소비」의 물결속에 그 무슨 케케묵은 잠꼬대냐하는 분위기였다. 그러나 IMF시대가 오자 패가망신한 사나이가 본처의 귀중함을 발견하듯이 갑자기 이 운동의 정신을 재발견하면서 신국채보상운동이 활발하게 일어나고 있다.

 사실 대구에서는 이미 지난해 국채보상운동 90주년 기념사업을 진행하면서 신국채보상운동을 추진하였다. 위기가 오고난 후 뒤늦게 벌인 것이 아니라 위기가 오기 전에 위기를 예견하고 국채보상운동의 정신을 되찾고, 그 연장선상에서 신국채보상운동을 하자는 노력이었다. 금모으기운동도 사실상 그때 시작된 것이었다.

 물론 과거의 국채보상운동과 오늘의 신국채보상운동 사이에는 커다란 차이가 있고 그 차이만큼 단절성이 엄존한다. 그러나 또한 국채보상운동의 전통은 일제의 탄압으로 사라졌다가 3·1운동이후 물산장려운동으로 되살아났으며 그후 일제의 탄압으로 죽었다가 해방후 국산품애용운동으로 되살아났다. 이 운동은 또 어렴풋이나마 수입대체산업 육성으로 재현되다가 「거품투자­과소비」의 경향속에 지하로 사라졌으나 외채·외환위기 속에 새로운 모습으로 지상으로 올라온 것이다. 그런 점에서 우리는 일정한 연계성을 엿볼수 있다.

 신국채보상운동은 우선 과거의 국채보상운동처럼, 외채망국의 위기에서 국민경제를 구하기 위하여 국민각자가 가진 것을 바치는 운동으로 시작될 수 밖에 없다. 과거 남자들은 금주·단연운동, 여자들은 금비녀 금반지등 귀금속 바치기운동을 했다. 이러한 고전적 형태중 특히 귀금속모으기운동은 퇴장되어 있는 국부를 유통과정에 복원시키고 외화획득으로 연결시킨다는 점에서, 그리고 그러한 형태로 이루어지는 국민적 통합, 그 자체가 중요하다는 점에서 여전히 계속할 만하다.

 그러나 여기에서 한걸음 더 나아가 건전하고 전략적인 소비자문화의 형성이 긴요하다. 국내경기를 유지할 수 있을 만한 소비가 필요하지만 단순히 국산품이 아니라 국내에서 생산된 외국기업제품을 포함한 「국내품」소비가 외국의 직접투자를 불러올 수 있다는 점에서 중요하다. 그렇지 않으면 외국기업은 대한 직접투자 없이 소비시장을 장악하려 할 것이기 때문이다.

 이러한 건전하고 전략적인 소비자문화를 기반으로 생산혁신, 특히 기술혁신으로 이어지는데까지 가야할 것이다. 저축증대가 기술투자로 이어지는 흐름을 키우는 것이 무엇보다도 중요하다. 오늘날 「원화 가치저하」와 기술혁신의 진전이 잘 결합하면 자본재 및 부품의 수입대체를 낳고 아울러 저축증대가 「증권갖기운동」으로 이어져야 한다. 이래야만 외국자본을 투기적인 방향이 아니라 투자적인 방향으로 유도할 수 있다. 멕시코는 IMF이후 쓸만한 기업 1,500여개가 미국금융자본의 손에 넘어가지 않았던가.

 그러나 신국채보상운동은 이러한 형태로 머물 수가 없다. 오늘날의 외채·외환위기는 본질적으로 국제적인 것이다. 말하자면 미국 월스트리트 중심의 「글로벌리제이션」, 그 자체가 갖는 수많은 함정을 극복하는 국제적 노력이 절실하기 때문이다. 그것은 일국차원의 문제가 아니라 국제사회가 새로운 세계화의 모델, 또는 새로운 라운드를 추진해야 하는 차원의 문제다. 지금 한국을 비롯한 동아시아 여러 나라들의 위기는 개별국가의 실책의 귀결인 동시에 미국금융자본의 글로벌리제이션 자체가 갖는 독소와 함정의 산물이기도 한 것이다.

 사실 지금 IMF나 IBRD를 비슷한 국제기구는 채권국의 이해를 대변한 기구이다. 이제 채무국의 이해를 대변하는 기구가 긴요하다. 그것은 채권국을 위해서도 필요하며, 미국 주도의 글로벌리제이션의 한계를 극복하기 위해서도 절실하다.

 그러므로 이제 「도쿄라운드」나 「우루과이라운드」를 넘어선 새로운 라운드가 필요하다. 그것은 국채보상운동이 일어난 대구에서 「대구라운드」의 형태로 추진되는 것이 가장 바람직하다. 물론 우선은 학문적 차원에서 해볼 일이다. 이것이 성공한다면 그 순간부터 IMF가 한국을 대하는 태도가 확 달라지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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