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주력딱지’ 사전제거/외자유치 호응 포드제휴/기아인수 여지도 남겨 삼성이 자동차사업의 속도를 바짝 높이고 있다. 차도 나오기 전에 주문을 받더니 당초 예정보다 20여일 앞당겨 신차 공개행사를 가졌다. 특히 포드가 전략적 제휴를 추진한다는 사실을 밝히자마자 지분을 절반씩 나누어 갖는 방식으로 합작생산한다는 구체적인 계획까지 내놓고 있다.
삼성이 올들어 이처럼 자동차사업에 대해 엑셀레이터를 힘차게 밟는 이유는 뭘까. 이에 대해 삼성은 『삼성차를 주문한 고객들이 차를 빨리 보자는 요구가 있어 첫차발표 시점을 앞당겼으며 포드와의 합작은 아직 구체적으로 합의하지는 않았으나 여러 안중 하나로 적극 검토되고 있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나 업계나 당국의 관계자들은 이를 조금 다르게 받아들이고 있다. 해석의 가닥은 크게 세가지다.
우선 새정부의 강력한 재벌정책에 대한 대응이라는 풀이다. 새정부는 김대중 대통령 당선자가 『3∼4개, 많아야 5∼6개 주력기업을 제외하고는 처분하라』고 말할 정도로 재벌의 문어발식 사업영역에 대한 개혁의지를 확고히 하고있다. 삼성이 자칫 어정쩡하게 자동차사업을 밀고 가다가는 「비주력」이라는 딱지가 붙을지 모르는 일이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삼성은 서둘러 차를 내놓고 시장확보에 나섬으로써 「주력비주력 」논쟁을 피한다는 계산을 하고 있다는 해석이다.
두번째 풀이는 IMF 관리체제의 조기졸업을 위해 외국자본을 적극 유치하라는 김당선자의 권고에 따라 승용차사업에 대한 포드와의 합작을 서두르고 있다는 것이다. 미국 제너럴모터스의 자금을 대규모로 들여와 합작사업을 추진하고 있는 대우가 새정부 주문에 맞는 재벌의 모델로 인식되고 있는 것과 같은 이유다.
마지막으로는 기아에 대한 인수의지를 여전히 갖고 있다는 것. 삼성이 기아의 대주주인 포드와 제휴관계를 맺게되면 기아가 민영화하는 경우 유리한 위치를 차지하게 된다는 해석이다.
기아는 현재 포드에 5,000억원가량의 증자를 요청해놓고 있다. 포드의 증자가 이루어지면 17%인 포드의 기아지분은 30%이상으로 늘어난다. 정부는 특히 기아처리와 관련, 산업은행 대출금을 출자전환하고 일정기간 공기업형태로 운영한 뒤 민영화절차를 밟을 계획이다. 따라서 삼성이 포드와 어떤 형태로든 제휴관계를 맺어 놓으면 기아를 민영화할때 자연스럽게 주인이 될 수 있다는 것이다.
배경이야 어떻든 삼성은 앞으로 자동차사업진출 의지를 다지고 포드와의 합작에 속도를 더할 것이며 이에 따른 국내 자동차업계 판도의 일대 변화는 불가피할 것 같다.<이종재 기자>이종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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