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꽉막힌 PC통신 시위대가 뚫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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꽉막힌 PC통신 시위대가 뚫었다

입력
1998.02.20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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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접속장애·체증 불만폭발/네티즌들 ‘통자모’중심 4대통신 돌며 메일시위 “회선증설” 항복 받아내 사이버반란이 시작됐다.

 PC통신의 접속불량과 느려터진 속도에 신물이 난 네티즌들의 불만이 폭발하고 있다. 네티즌들은 「더이상 참지만은 않는다」는 비장한 메세지들을 통신회사와 PC통신업체들에게 잇따라 던지고 있다.

 지난 4일밤. 국내 대표적 PC통신 하이텔에는 네티즌들의 거친 숨소리가 서서히 커지고 있었다. 접속장애와 통신체증에 항의하는 대규모 시위가 일기 시작한 것이다. 「통신장애」란 제목의 글을 올리며 여론광장 게시판인 「큰마을」에서 벌어지기 시작한 시위는 삽시간에 수백명의 네티즌들이 동조, 걷잡을 수없는 상황으로 번지기 시작했다.

 이틀간 게시판에 올려진 글은 무려 2,000여건.

 폭발일보 직전의 거친 항의문들은 게시판을 도배하다시피 했다.

 통신장애 불만은 과거에도 수없이 표출됐지만 대부분 단발성이었다.

 하지만 이번 시위는 보름이 지나도록 식을 줄 모르고 오히려 「불에 기름붓듯」 4대 PC통신 전체로 번지며 열기를 더해갔다.

 일주일이 지난 12일 하오. 마침내 하이텔이 손을 들었다. 하이텔은 통신환경을 개선한다는 내용의 중장기회선증설계획을 발표하고 「이용자와 만남의 시간」을 마련, 이용자들의 불편사항을 적극 수용하겠다고 약속했다.

 서비스업체가 이용자들의 「분노」에 백기를 든 것은 PC통신 13년 역사상 처음있는 일. 사이버시위가 일회성이 아닌 「성과물」을 이끌어낸 「운동」으로 자리잡은 것은 반란의 주역, 「사이버시위 선봉대」가 있었기 때문이다.

 「통신자유를 위한 모임(일명 통자모 대표 최두열)」.

 하이텔과 나우누리 모임을 통해 통신이용주권을 부르짖던 이들이 들고 일어난 것은 최근의 사이버환경이 더이상 방치할 수없을 정도로 「중증」을 앓고있다는 판단때문이다.

 통자모가 PC통신환경을 통렬하게 비판한 「통신장애」란 글을 올리며 모여들기 시작한 시위대의 방향을 나우누리쪽으로 튼 것은 5일.

 「사이버시위의 열기를 살려 이번 기회에 통신환경을 개선해야한다」는 호소문이 게재되기가 무섭게 나우누리 이용자들은 5일부터 수백여건의 글을 게시판에 올리기 시작했다. 유니텔에도 하이텔 네티즌을 지지하는 산발시위가 불붙었다. 시위대는 7일 천리안쪽으로 방향을 돌려 4대 PC통신사중 유일하게 사용시간에 따라 종량제로 요금을 받는 천리안 「나도한마디」게시판의 무료화를 요구하는 「벌떼시위」를 벌였다.

 「무료워드」란 제목을 붙인 항의글이 수백건 올라왔다.

 통자모는 통신주권을 위한 것이라면 어디든 찾아 나선다. 400여 회원 대부분은 2∼4개의 이용자번호(ID)를 갖고 각 PC통신사를 돌아다닌다.

 네티즌들에게 불이익이 되는 것을 끄집어 내 공론화하고 PC통신사에 해결책을 요구한다. 하지만 이들의 요구는 시위로만 그치지 않는다.

 통자모는 지난달 중순 공정거래위원회에 「PC통신 이용약관이 이용자에게 일방적으로 불리하다」며 약관심사 청구를 냈다. 서비스장애로 인한 손해배상을 현재 12∼24시간에서 3∼5시간으로 줄여야한다는 것.

 또 통신서비스에 접속한 뒤 10초이내에 끊어질 경우도 1통화의 전화료를 부과하는 것은 부당하다며 약관개정을 주장했다.

 통자모 김동필 홍보위원은 『PC통신 이용이 보편화되고 있지만 이용자들의 권리를 무시하는 불공정 약관이 아직도 상당수 남아있다』고 지적했다.

 통자모는 통신장애로 일어나는 불이익에 대해 손해배상 청구도 준비중이다. 「민주화를 위한 변호사 모임」의 법률자문을 통해 이용자들이 피해를 입은 경우 배상을 청구할 수있는 법적 근거를 찾고있다.

 이들은 사이버시위를 계기로 이용자단체인 「바른통신을 위한 모임」 「찬우물」 「메아리」 등과 연대, 「통신이용자 주권찾기 연대모임(가칭)」을 만들 생각이다.

 사이버반란이 일자 PC통신업체들은 바짝 긴장하고 있다.

 하지만 사이버시위대의 설득력있는 주장에 PC통신 4개사는 『공동으로 불합리한 약관조항을 재검토, 종합대책을 내놓을 계획』이라며 한 발 물러서고 있다. 중앙대 전석호(신문방송과) 교수는 『PC통신은 이용자가 300만명을 넘어설 정도의 거대 사회집단으로 성장했다』며 『PC통신은 이용자가 직접 참여할 수있는 또다른 언론매체인 만큼 이용자보호측면이 강조돼야하는 상황』이라고 밝혔다』<전국제 기자 stevejun@korealin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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