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캔자스 시티」의 사운드 트랙이 2장의 음반으로 나왔다(버브·Verve). 「캔자스 시티」는 우리 시대 최고 수준의 젊은 재즈맨을 한 데 모아 1930∼40년대 미국, 말로만 듣던 「재즈시대(jazz age)」를 재현했다. 조슈어 레드먼(색소폰), 니콜라스 페이튼(트럼펫), 마크 휘트필드(기타), 크리스천 맥브라이드(베이스)등 「버브」 소속의 젊은 재즈스타 21명이 총출연, 명연주를 들려준다. 전문배우의 연기를 빌리지 않은 연주가 당연히 최대의 강점. 흥이 오른 재즈맨들이 연주싸움(battle)을 벌이곤 하던 당시 특유의 분위기까지 그대로 되살아난 것도 바로 그 덕택이다.
활기만 넘치는 것이 아니다. 맥브라이드와 육순의 거장 론 카터가 베이스 듀엣이라는 접하기 힘든 편성으로 연주하는 「연인(Body And Soul)」같은 곡은 정교함의 극치다. 재즈클럽 「헤이 헤이 클럽」에서 매일 자정무렵이면 어김없이 벌어지던 광경이었다.
대공황기의 캔자스 시티에서 재즈는 무엇이었나? 재즈란, 폭력과 도박으로 타락한 대도시의 마지막 순수였다. 『곡당 한 시간 넘는 즉흥연주는 보통이었죠. 하는 사람도, 듣는 사람도 끝없이 이어지는 즉흥에 취했던 진짜 황금시절이었어요』 칠순의 드러머 조 존스의 회고다.
재즈가 영화와 맺어 온 오랜 밀월관계를 돌이켜보면 「캔자스 시티」의 사운드트랙이 담아낸 성취는 각별하다. 재즈를 앞세워 화제를 모았던 최근의 영화를 보자. 전기영화 「버드(찰리 파커)」와 「말콤X」에서 재즈는 흑인영웅을 위한 상징이었고 「코튼 클럽」에서는 유한계급의 고급 여흥거리였다. 지금 국내 상영중인 「원 나잇 스탠드」에서 재즈는 클래식과 어깨를 겨룬다. 재즈피아니스트 쟈크 루시에가 연주하는 바흐의 「G선상의 아리아」, 줄리어드현악4중주단이 연주하는 모차르트의 작품이 좋은 예. 재즈가 클래식과 더불어 화이트칼라의 생활을 효과적으로 상징하는 매개로 쓰인다.
하지만 「캔자스 시티」에서 재즈는 어디까지나 역사적 실체로서의 민중예술이다. 민중예술 재즈를 둘러싼 풍경을 최고의 음악과 함께 사실적으로 복구한 「재즈의 사회사」를 지향하기 때문이다. 당대 멋쟁이로도 이름 높았던 재즈뮤지션의 차림새까지 철저히 고증해 낸 것도 바로 그런 연유에서다.
음반의 라이센스는 막 끝났지만 영화는 지난 1월 「난장영화제」를 통해 우리 앞에 첫선을 보인 바 있다. 일반공개는 유보. 비디오로는 3월 출시된다.<장병욱 기자>장병욱>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