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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혁열정 대 막강로비/이종재 경제부 기자(기자의 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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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혁열정 대 막강로비/이종재 경제부 기자(기자의 눈)

입력
1998.02.19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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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정부조직 개편안이 국회를 통과한 17일 정부과천청사에서는 당장 시큰둥한 반응들이 나왔다. 『누가 만들어도 이보다는 나을 것』 『누더기 개편』 등. 특히 재경부로 간판만 바꾼 재경원이 「환란의 원죄」에도 불구하고 오히려 더 비대해진데 대해 『역시 로비에 놀아났다』며 평가마저 외면했다.

 김대중 대통령 당선자는 17일 『주력기업 3∼4개, 많아야 5∼6개만 남기고 나머지는 처분하라』고 선언했다. 대부분 50여개의 계열사를 거느리고 있는 그룹들에 사실상 그룹을 해체하라는 것이나 다를 바 없다.

 그러나 이를 전해들은 재계의 반응은 의외로 담담하다. H그룹 간부는 『정권초기에는 으레 여러 말들이 오간다』며 「통과의례」정도로 여기는 표정이었다. 『뭔가 노하우를 갖고 있다』는 듯한 분위기다.

 재계는 사실 서슬 퍼렇던 80년 국보위시절도 견뎠고 한달내 땅을 팔라는 5·8부동산조치도 별탈없이 넘겼으며 3∼4개 업종으로 그룹의 사업범위를 정리하려던 업종전문화도 무사통과했다. 막강한 로비력이 그 배경이다.

 사실 로비의 시작과 끝은 재벌이다. 수차례 청문회나 수 많은 정경유착 스캔들의 수사과정에서 밝혀졌듯이 재벌의 로비는 필요에 따라 대상과 계층 시기 방법을 구분하지 않는다. 특히 힘은 있으나 돈에 약할 수밖에 없는 계층은 100% 재벌의 공략대상이다. 재계는 사상 첫 정권교체를 이룬 새정권의 젊은 개혁주도층, 이른바 영 커널(Young Colonel)그룹에  주목하며 일찍이 이들에 대한 정보를 파악해 놓았다고 한다. 『YS초기의 영 커널 그룹과 크게 다르지 않더라』는 평가였다. 열정은 강하지만 순진하다는 이야기다. 로비준비가 끝났다는 풀이다. 대통령의 의지가 어떠하든 하부에서 움직이는 것은 별개였다는 것을 문민정권은 보여주었다. 차기정권이 재벌개혁에 정말 성공할 수 있는지, 기대와 회의가 교차하고 있는 게 현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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