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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파트서 나무때고 가축사육까지/귀순 김동수씨가 밝힌 북주민 실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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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파트서 나무때고 가축사육까지/귀순 김동수씨가 밝힌 북주민 실상

입력
1998.02.19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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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돗물 공급안돼 근근이 세수만/공장선 설비 뜯어내 쌀바꾸기도 18일 귀순 북한외교관 김동수(38)씨 가족의 기자회견에서는 아파트내 가축사육 등 경제난과 관련한 북한주민들의 생활상이 구체적으로 공개돼 주목을 끌었다.

 김씨의 부인 심명숙(38)씨는 『최근 식량난이 심화하면서 평양시내 아파트내의 욕조나 베란다에서 토끼 닭 등의 가축을 기르는 경우가 많다』고 밝혔다.

 심씨에 따르면 방 하나짜리 아파트에서는 이들 가축을 베란다에서 키우고, 2∼3개 방이 있는 경우는 아예 방 하나를 가축사육장으로 전용하는 실정이다. 심씨는 『외교부 아파트내 한 인민반장이 화장실에서 돼지를 키워 작년 설에 도살, 인민반에 팔았다는 얘기를 한 외교부 대표부인으로부터 들었다』고 전했다.

 취사 난방용으로 나무를 때는 아파트가 많아 건물외벽이 연기에 그을려 흉측한 모습들이며 이때문에 농민시장에서는 취사용 화목이 인기를 끌고 있다.

 또 고층아파트에도 수돗물이 공급되지 않아 지하수를 운반해 사용하기 때문에 세수한 물을 세탁용으로, 다시 화장실용으로 재사용하고 겨우내 목욕을 하지 못하는 주민들이 많다. 실제로 유엔식량농업기구(FAO)주재 북한대표부 대표 김흥림도 지난 연말부터 연초까지 보름간 북한에 체류하는 동안 한번도 목욕을 못했다고 말했다는 것이다. 유류난도 극심한 상황이어서 고위관리인 강석주 외교부 제1부부장조차 자동차 운행제한으로 인해 15분정도 거리를 걸어서 출퇴근할 정도이다.

 김씨는 특히 심각한 식량사정과 관련, 『경제의 모든 연결고리가 마비된 상태이지만 그중에서도 농업이 제일 심한 상태』라며 『로마를 찾아오는 간부들마다 「공화국 창건이래 최악의 상황」이라고 말하면서 눈물을 흘리곤 한다』고 전했다.

 공장과 기업소들은 생산품 중 제일 좋은 물건을 내다팔거나 공장설비까지 뜯어내 쌀과 바꾸고 있으며 농민들도 국영농장에는 관심이 없고 개인 텃밭관리와 가축사육에만 전념, 농민시장에서 생산물을 팔아 식량과 일용품 등을 구하고 있다는 것이다.

 김씨는 『올해 김정일 생일때 중국에서 알사탕을 들여와 아이들에게 나누어주려 했으나 그조차도 경제난이 너무 심각해 결국 못했다는 얘기를 들었다』고 덧붙였다.<이동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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