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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하르토,수카르노 전철밟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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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하르토,수카르노 전철밟을까

입력
1998.02.18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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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니 물가폭동 확산불구 내달 7선 유력/민중혁명 가능성적지만 군향배가 변수 수카르노 전 인도네시아 대통령은 65년 9월 발생한 쿠데타의 고비를 무사히 넘겼다. 그는 이후 한때 손잡았던 공산당원들이 줄줄이 처형되고 학생들이 자카르타 대통령궁앞까지 몰려와 하야요구 시위를 벌일 때도 권력에 집착했다. 그러나 군부가 나서자 상황은 순식간에 달라졌다. 66년 3월11일 군이 대통령궁을 포위하자 그는 즉각 장교출신의 수하르토에게 실권을 넘겨주었다.

 32년이 지난 지금 수하르토 대통령은 수카르노의 전철을 떠올리며 필사적인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그러나 상황은 그리 좋은 편이 아니다. 가뭄 때문에 쌀 수확량은 크게 줄어들었고, 공장과 상점폐쇄로 수백만명이 일자리를 잃었다. 이에 따라 인도네시아 전역에서는 폭동이 확산되고 있다. 수도 자카르타의 공기도 음산하기만 하다.

 그럼에도 수하르토는 3월11일 7선에 성공할 게 틀림없다. 그는 「개발의 아버지」인 자신만이 파멸에서 조국을 구할 수 있다고 믿고 있다. 그의 「도박」에 대해 국민들이 어떻게 생각하는지는 별개 문제다.

 그는 지난주 고정환율제인 통화이사회 제도라는 야심찬 「카드」를 내밀었다. 그러나 국제통화기금(IMF)등이 이 제도에 완강히 반대, 성공여부는 불투명하다. 오히려 외환사정을 더욱 꼬이게 했다는 비난도 들린다.

 기업을 살리고 외국 투자자들을 안심시킨다는 취지를 담은 이 제도는 엄청난 부담이 뒤따른다. 정부는 우선 300억달러의 외환보유고를 추가로 확보해야 하고, 은행등의 투명성도 높여야 한다. 외국인들에게 루피아화를 보유하라고 설득하려면 이율도 50∼100%는 보장해줘야 한다.

 수하르토가 위험감수를 무릅쓰고 이 제도에 연연하는 이유는 간단하다. 이 나라 1인당 국민총생산(GNP)은 아프리카의 잠비아 수준으로 떨어졌고, 생필품은 최고 300%나 올랐다. 게다가 경찰 등 공무원의 부패는 더욱 심해졌고, 국민들의 인내심은 한계에 이르렀다.

 수하르토는 경제만 구한다면 만사가 괜찮다고 생각한다. 그러나 국민들은 이제 『경제가 이 지경이 된데는 수하르토의 장기집권이 한몫했다』고 여긴다. 수하르토가 아니면 안된다는 환상에서도 깨어났다.

 그렇다면 수하르토의 운명은 어찌될까. 야당은 조직력이나 성향상 그리 큰 위협이 될 수 없다. 그들에겐 폭력시위를 주도할 의지도 힘도 없다. 미 국방부의 한 관리는 『인도네시아에서 페르디난드 마르코스를 내몰았던 필리핀식 민중혁명을 기대하기는 힘들다』고 단언했다.

 군부도 아직 수하르토의 종말을 재촉하는 행동은 하지 않고 있다. 일부 전문가들은 그러나 『수하르토가 국민의 뜻에 거슬릴 경우 군은 그와 싸울 수도 있다』고 말한다. 군이 수하르토를 배반할 수도 있다는 얘기다.

 독재자의 최후는 항상 비참했다는 역사의 교훈을 강조하는 학자들도 있다. 아리엔 헤리안토 교수(정치학)는 『필리핀에서 마르코스가 무너질 것이라고는 감히 생각하지 못한 시절이 있었다』고 말했다. 아무튼 인도네시아를 위해서는 그가 스스로 물러나는 게 최선의 방법이라고 할 수 있다.<정리=이종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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