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중유통 현금챙기고 줄행랑 어음사기도 자금시장을 교란하고 중소기업을 울리는 주범이다.
자금난을 견디다 못해 어음부도를 내고 도망자 신세가 되는 사람들은 할 수 없다 치더라도 아예 가짜어음을 발행한 뒤 현금을 챙겨 달아나는 사기범들은 경제질서를 혼란에 빠뜨린다.
이 때문에 중소업자들은 시중에 돌고있는 어음을 믿지 못하고 공장가동률을 줄이더라도 어음은 받지 않으려고 한다.
서울 구로구 신도림동에서 알미늄합금 주물사업을 하는 H사장의 말.
『사기어음이 최근 들어 굉장히 많아졌어요. 수주를 통한 공장가동에는 전혀 문제가 없는데도 사기어음 때문에 부도가 나서 쫓기는 신세가 됩니다. 대책이 없습니다. 수주를 받아도 불안해서 일을 할 수가 없어요. 차라리 현금결제만 하고 공장가동을 줄이는 것이 낫다고 생각하는 업자들이 많아요. 사기어음으로 부도를 맞았을 때 나도 그만큼 사기어음을 발행하고 싶은 심정이었어요』
서울 중구에서 지업사를 하는 J사장.
『이 일대 지업 사업자 치고 어음부도 안맞은 사람이 없어요. 딱지어음까지 나돌아 업체들을 울리고 있지요. 몇 단계를 거쳐 돌아다니다 내 손에 들어왔는데 액수는 2,000만∼3,000만원짜리가 주종이었습니다. 알고보니 고의부도를 내고 도망간 사업자들의 어음이었어요. 그 때문에 문을 닫아야 할 지경입니다』
사기어음으로 분류되는 것은 크게 두가지. 정상적인 사업을 하다가 자금압박에 시달려 부도를 낸 경우와 처음부터 유령회사를 설립해서 어음을 발행한 뒤 시중에 유통시켜 현금을 챙겨 달아나는 경우. 어음자체로는 진짜인지 가짜인지를 절대 구별할 수 없기 때문에 어음사기는 더욱 기승을 부린다.
올해 1월 경찰에 적발된 어음사기단은 40여개의 유령회사 명의 딱지어음 1,000여장을 발행한 뒤 유통조직에 장당 150만원 정도에 팔아치워 차액을 챙겼다. 이렇게 유통시킨 딱지어음 규모가 250억원대에 이르러 수십개의 중소기업들이 부도가 나는 큰 피해를 당했다.
중소업자들은 『그렇지 않아도 대기업의 어음횡포에 시달리는데 어음사기까지 당하게돼 도저히 견딜 수가 없다』며 『어음사기를 방지할 수 있는 근본적인 대책마련이 시급하다』고 호소하고 있다.<조재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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