읽는 재미의 발견

새로워진 한국일보로그인/회원가입

  • 관심과 취향에 맞게 내맘대로 메인 뉴스 설정
  • 구독한 콘텐츠는 마이페이지에서 한번에 모아보기
  • 속보, 단독은 물론 관심기사와 활동내역까지 알림
자세히보기
어음거래 난맥상/‘힘의 논리’ 판친다
알림
알림
  • 알림이 없습니다

어음거래 난맥상/‘힘의 논리’ 판친다

입력
1998.02.18 00:00
0 0

◎대기업은 장기어음 발행 중기는 단기어음 줘야/마구잡이 발행 가능한 당좌제도에도 문제 어음제도는 기업간 자금의 유동성을 크게 높여주는 역할을 하지만 최근 경제가 난맥상을 보이면서 흑자부도나 연쇄부도를 초래하는 역기능적인 요소가 두드러지고 있다. 우선 부도에 취약한 중소기업들은 대기업의 현금결제 기피와 어음결제 지연에 어려움이 가중되고 있다.

 벤처기업인 T전자의 K사장.

 『대기업체에 물건을 납품할 때는 5개월짜리 어음을 받지만 부품을 살 때는 현금이나 1∼2개월짜리 어음을 줘요. 약자는 장기어음을 받고 강자는 단기어음을 받는 셈이죠. 어음거래가 힘의 논리에 따라가기 때문에 거부할 수가 없어요. 물건은 이미 만들어놓았고 생산라인은 돌아가야되니 할 수 없이 장기어음을 받을 수 밖에요』

 어음거래를 할 경우 「하도급거래 공정화에 관한 법률」에 따라 어음발행인은 중소기업에 만기일까지의 기간에 대해 할인료를 지급해야하지만 실상은 그렇지 못하다. 따라서 중소기업의 금융비용은 더욱 가중되는 현상이 나타난다.

 이런 현상은 매우 광범위하지만 중소납품업체가 대기업으로부터 받는 불이익을 공정거래위원회 등에 호소할 수도 없는 형편이다.

 중소기업이 발행한 어음은 또 할인이 어렵다. 대기업의 어음은 은행 할인이 쉽지만 중소기업간에 발행하는 어음은 할인이 잘 안된다. 신용도가 낮기 때문에 은행이 할인을 꺼리는 것이다.

 따라서 중소기업들은 별도의 담보를 은행에 제공하고 현금을 돌리는 불이익을 감수해야 한다. 특히 IMF시대 이후 어음할인을 하지 못해 발을 동동구르는 중소기업들이 많아졌고 이로인해 부도가 속출하고 있다.

 진성어음과는 달리 물품거래가 수반되지 않는 융통어음의 폐단도 우리나라 어음제도의 큰 문제점이다. 융통어음은 급박하게 자금이 필요한 기업이 발행하기 때문에 위험성이 높다. 따라서 이런 어음이 부도가 날 경우 연쇄부도로 이어지기 쉽다. 기업들이 융통어음 발행시 허위로 매출원장이나 세금계산서를 은행에 제출하기 때문에 진위여부의 확인이 쉽지 않다. 이를 확인하려면 세금영수증을 믿을 수 있어야하는데 이는 현행 조세제도가 전혀 뒷받침하지 못하는 실정이다.

 어음을 마구잡이로 발행할 수 있도록 한 당좌제도도 문제다. 기업이 자신의 능력범위를 넘는 액수의 어음을 발행하고 은행은 이를 제한할 수 있는 장치가 없다. 따라서 어음을 마구 발행한 뒤 고의부도를 낼 경우 연쇄도산이나 흑자도산을 피할 길이 없게 된다.<조재우 기자>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세상을 보는 균형, 한국일보Copyright ⓒ Hankookilbo 신문 구독신청

LIVE ISSUE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

0 / 250
중복 선택 불가 안내

이미 공감 표현을 선택하신
기사입니다. 변경을 원하시면 취소
후 다시 선택해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