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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6개 대기업빼곤 어음 ‘와리깡’ 힘들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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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6개 대기업빼곤 어음 ‘와리깡’ 힘들어

입력
1998.02.18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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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채시장 할인율 연리 50% 그나마 고액어음은 사절/영세상인들 문방구어음은 고리대금업 먹이된지 오래 어음거래의 뒷모습은 요지경 속이다. 굴지의 대기업에서 시장 상인까지 모두 사용하는 어음은 다양한 방법으로 유통되고, 현금으로 탈바꿈한다.

 은행, 제2금융권 등에서 어음 현금화가 안될 경우 기업들이 문을 두드리는 「제3의 돈창구」가 사채시장이다. 대부분의 중소기업은 담보나 보증인을 요구하는 제도금융권과 실랑이를 벌일 시간이 없다. 실제로 사채거래의 70% 정도가 흔히 「와리깡」이라고 불리는 어음 할인이다.

 대표적인 사채시장인 서울 명동, 여의도, 강남역 부근, 신설동 등지. 「○○상사」「○○파이낸싱」 등의 간판이 내걸린 소형 사무실은 십중팔구 사채 중개업자들의 사무실이다. 만기가 안 된 어음을 바로 현금화할 수 있는 창구라지만, 「깡」이 가능한 것은 상장기업이 발행한 경우다. 제도금융권보다 높은 할인율은 연리 15∼50% 선. 이자로 받는 금액의 5% 가량이 중개인 수수료이고, 나머지는 전주의 몫이다.

 사채시장의 메카로 알려진 명동 U빌딩에 입주해있는 사채 중개업자 S씨. 『예전에는 처음 오더라도 발행인이 확실한 어음은 신분만 확인해 당장 현금으로 바꿔줬죠. 금리는 제도금융권보다 좀 높지만, 절차가 간단하고 별도의 담보를 요구하지 않아 오히려 부담이 적을 수도 있어요. 하지만 요즘에는 초면에 급전을 구하기란 거의 불가능합니다. 현대 삼성 등 5대 기업이나 자금사정이 좋은 롯데 등 5∼6개사가 발행한 A급 어음이나 할인이 가능하죠. 액면가가 큰 어음도 환영받지 못합니다. 예전에는 억대도 척척 현금화했었는데, 부도기업이 속출하면서 전주들도 돈 돌리기를 꺼리고…』

 자금이 마르면서 최근에는 사채시장에서도 거래가 많지 않다. 한 중소기업사장의 말. 『A급 사채업자도 요즘에는 2,000만원이 어음 할인 최고 한도다. 대기업 어음도 연리 50%까지 부른다. 그렇게라도 할인을 해 주면 운이 좋은 것이다. 공당좌(백지어음)를 담보로 잡는 업자도 있다고 한다. 그래도 하루가 급한 기업 입장에서는 제도금융권보다 급전 조달이 쉽다』

 액면가가 큰 어음을 작은 어음으로 바꿔주는 「어음쪼개기」, 액면가가 같은 어음을 만기가 짧은 것으로 바꿔주는 「어음박치기」 등의 관행은 거의 사라졌다. 부도율이 치솟고 어음의 신용도가 곤두박질치면서 어음은 어디에서도 환영받지 않는다.

 영세업자나 시장 상인들 사이에서 유통되는 「문방구어음」. 금융기관 결제도 안 되고 어음법의 보호도 못 받는 거래관행이다. 늘 거래하는 사이가 아니면 유통도 불가능하다. 때문에 문방구어음을 끊는 대형도매상 부근에는 수십만원대 소액 어음을 고리로 현금화해주는 소규모 사채시장이 형성돼있다.

 출판사를 경영하는 H씨. 『동대문 근처에 몰려있는 서적도매상에 납품을 하면 20만∼50만원 3개월짜리 문방구어음으로 결제해줘요. 가게 근처에는 늘 고리대금업자가 서성이고 있죠. 방금 발행받은 어음을 들고 즉석에서 「깡」해 현금화합니다. 도매상 주인과 사채업자가 친척이나 친구인 경우도 많아요』

 신용금고, 할부금융 등 제2금융권에서 가계수표를 담보로 문방구 어음을 할인해주는 일도 있다. 돈이 급한 영세상인들이 만기가 안된 가계수표를 가져오면 이를 담보로 문방구 어음을 발행하게한 뒤 높은 금리로 할인해주는 것이다. 금융기관은 고리로 이익을 챙기고, 영세업자들은 어음 결제로 막힌 숨통을 잠시나마 틀 수 있는 편법이다.<김경화·배성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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