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뭉칫돈 증시로만 몰려/금리·환율안정이 ‘관건’ 16일 채권시장에 이어 기업어음(CP)과 상업·무역어음에 대한 외국인투자가 전면개방됐지만 외국인들의 움직임은 거의 없었다. 이에 비해 주식시장에는 연일 수천억원의 외국투자자금이 유입되고 있다.
금융전문가들은 이같은 외국인들의 「주식 선호, 채권 기피」현상이 당연한 것이라고 분석하고 있다. 채권과 CP는 금융시장 불안과 기업자금난 등으로 수익성을 보장할 수 없는 반면, 주식투자는 단기투자가 가능하고 환금성이 높아 투자위험을 최소화할 수 있다는 것이 외국투자자들의 판단이다.
◆증시로 몰리는 외국인들
주식시장은 국가부도위기를 넘긴 지난해말 이후 「외국인 장세」가 지속되고 있다. 외국인들은 투자한도가 50%로 확대된 지난해 12월11일이후 14일까지 3조3,551억원어치 주식을 순수하게 사들였다. 불과 2개월여 동안 20억달러가 넘는 외국자금이 증시에 유입됐다.
증권거래소 관계자는 『주식은 단기에 사고 팔 수 있어 기업부도 등에 따른 손실을 피할 수 있다는 점이 외국자금을 끌어들이고 있는 주요 요인』이라며 『특히 외국인들은 자신들의 동향에 매우 민감한 시장의 특성을 활용, 장을 주도하면서 수익을 높일 수 있다는 자신감까지 갖고 있다』고 설명했다.
◆채권·CP투자는 불안하다는 시각 팽배
채권시장을 바라보는 외국인투자자들은 냉소적이다. 회사채 등 채권시장이 대폭 개방된 지난해 12월12일이후 외국인들의 순매수액은 총 7,749억원. 같은 기간동안 주식을 순매수한 규모의 4분의 1 수준이다.
더욱이 외국인들이 사들인 채권 가운데 80%이상은 한국은행의 통안증권과 산업금융채, 지방채 등 공공기관이 발행한 것이고, 기업들이 발행한 채권은 1,047억원어치(13.5%)에 불과했다.
외국인들은 기업이 발행한 어음에 대해서도 같은 반응을 보일 가능성이 큰 것으로 관계자들은 전망하고 있다. 외국인들은 5대 그룹 계열사도 도산할 수 있다는 불안감을 감추지 못하고 있을 뿐 아니라, 자금난 등으로 채권과 어음시장이 얼어붙어 필요할 때 물량을 처분할 수 없기 때문이다.
◆신용도 회복과 금리,환율 안정이 관건
대유증권 김경신 이사는 『최근 발행되고 있는 기업어음은 주요 그룹 계열사의 것이지만 외국인들은 이들도 믿지 못하겠다는 반응을 보이고 있다』면서 『국가와 기업의 신인도를 높이고 금리와 환율을 확고하게 안정시키지 않고는 자금유입을 기대하기 어렵다』고 지적했다.
삼성증권 정일영 국제영업팀장은 『특히 환율이 불안한 현 상황에서 채권과 어음에 대한 외국인투자는 현실적으로 어렵다』면서 『다만 신정부 출범이후 정부의 의지와 능력에 따라 외국인들이 태도를 바꿀 가능성은 있다』고 전망했다.<김동영 기자>김동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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