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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희선·강재화/40대초에 꺾인 두 화가 유작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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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희선·강재화/40대초에 꺾인 두 화가 유작전

입력
1998.02.16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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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도 와닿는 그 열정/박희선 조각전­분단·통일에 천착/섬뜩하면서도 따뜻/강재화 구상화전­민화 등 전통 애착/원색에 안정감 주입죽은 이에 대한 평가는 언제나 후하다. 특히 주어진 삶의 시간을 다 채우지 못하고 갔을 경우,사람들은 안타까움을 후한 평가로 대신한다. 그는 언제나 따뜻한 가장이었고,좋은 아들이었고,성실한 직장인이었다라는 식의.

 하지만 지난해 3월1일 마흔하나에 암으로 세상을 뜬 박희선씨는 망자에 대한 예우가 아니라 작품 때문에 그를 다시 보게 한다. 분단을 조각의 주제로 삼은 것이 그러하고, 주제를 조각으로 표현하기 위해 부단히 재료와 씨름했던 그의 열정이 그렇다.

 서울대 미대를 마치고 중앙미술대전에서 특선을 차지하는등 일찌감치 두각을 나타냈던 박씨는 『아무리 지구의 어느 인종 국가 사람을 한 꺼풀 벗겨 보더라도 발바닥에 끈은 남아 있다… 역사의 중심에 서서 통일을 생각하며 일을 해야 할 것이 아닌가. 그래서 북에 있는 나의 형제들과 뜨거운 입맞춤을 생각해본다』라며 분단이라는 주제에 천착해왔다.

 그는 「비무장지대전」같은 민중계열의 단체전 활동도 했지만 고향 춘천에서 조각 본연의 아름다움을 찾으려는 자기와의 싸움에 더 많은 시간을 보냈다. 청동으로는 하늘로 팔을 뻗은 한국의 여인상을 다듬어냈고, 그의 특기인 목조각으로는 중심축 사방에 도끼가 박힌 형상을 만들었다. 사방의 도끼는 분단의 4대강국을 나타내기도 하지만 그러한 대립과 긴장이 어우러지는 우주의 4방위를 뜻하기도 한다. 긴장과 조화를 동시에 나타내는 그의 독특한 조각구도는 그래서 섬뜩하면서 따뜻하다.

 그의 작품은 춘천고 48회 동문과 유족(아내 김길진씨와 1남1녀)이 마련한 유작전에서 만날 수 있다. 18일부터 3월4일까지 모란갤러리(02­737­0057)에서 열리며 개막일에는 고인에게 가톨릭미술상 조각부문 본상이 주어질 예정이다.

 박씨보다 20여일 후인 지난해 3월24일 역시 암으로 마흔셋에 눈을 감은 강재화씨의 유고전은 25일부터 3월3일까지 공평아트센터(02­733­9512)에서 열린다. 강씨의 작품은 구상계열로 분류되지만 민화적 소재와 색감을 구현했다는 점에서 일단의 구상작품과 구별된다.

 민화, 단청, 상보같은 전통소재에 애착을 보였던 작가는 소재가 갖고 있는 다소의 진부함을 떨쳐버리기 위해 원색을 사용하되 유채의 맛을 강하게 냄으로써 안정적 색감을 만든다. 78년 중앙대 회화과를 졸업한 작가는 구상보다는 추상이, 평면보다는 입체가 훨씬 후한 점수를 받기 시작한 80년대 후반에도 여전히 평면구상의 미학 실현에 세월을 바쳤고 그 작업이 막 날개짓을 하는 시점에 꺾이고 말았다는 점에서 다시 한 번 조명할만 하다는 평가이다. 세번째 개인전이자 유작전인 그의 전시도 유족(아내 김혜영씨와 1남)과 김기철 신제남 우창훈씨 등 동문이 마련했다.<박은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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