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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젠 정·재계 나서라/최윤필 사회부 기자(기자의 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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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젠 정·재계 나서라/최윤필 사회부 기자(기자의 눈)

입력
1998.02.14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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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민주노총 비상대책위원회는 10시간이 넘는 난상토론 끝에 마침내 12일 밤 총파업 방침을 거둬들였다. 파업결정은 최고의결기구인 대의원대회의 결의였던만큼 이날 비대위의 결정은 사실상 「월권」행위이다. 대다수 국민들은 비대위의 이같은 「용기」에 박수를 보냈다. 비대위의 결단은 회견문에서 밝혔듯 온전히 『어려운 나라경제에 대한 국민들의 충정어린 걱정과 우려를 감안한 것』이었다. 이날 이틀째 민주노총 사무실에 쇄도한 시민들의 전화는 전날의 항의와 분노 대신 환영과 격려로 바뀌었다. 『정말 훌륭한 결정을 내려준 지도부에 감사를 표한다』 『어려움 속에서도 나라를 먼저 생각한 용단이 대견스럽다』는 등이 그 내용들이었다.

 그러나 이날 밤 결정으로 인해 민주노총은 지도력과 조직력에 심각한 타격을 입었다. 회의에 참석했던 산별연맹 대표중 한 사람은 『파업을 위해 구성한 비대위가 이제 신발 끈까지 묶은 마당에 오히려 파업을 철회한 것은 지도부의 쿠데타나 다름없다』며 회의장을 뛰쳐나갔고 한 상근직원은 울음을 터뜨리기도 했다.

 이제 국민의 냉정한 시선은 정부와 재벌을 향하고 있다. 그러나 그들을 바라보는 심정은 파업전야의 민주노총을 바라볼 때 이상으로 불안하다. 여야간 힘겨루기 속에서 국회는 파행만을 거듭하고 있고, 재벌은 한술 더 떠 상호지급보증 축소·폐지와 기조실 폐지 등 최소한의 개혁조치마저 비켜나가려 하고 있다.

 약속은 지켜져야 한다. 이것이 민주주의의 원칙이며 정의이다. 민주노총은 스스로의 상처를 감수하면서까지 「파업」이라는 마지막 방어권을 포기했다. 이제 정부와 재벌이 화답할 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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