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컴퓨터로 작사작곡 게임제작이 한때 꿈/전산병으로 군복무 그래픽디자인 전공/사이버고수 4명이 PC통신통해 만났다□가수 김윤아 성신여대 심리학과 휴학
베이스 김진만 서울대 인류학과 졸업
기타 이선규 경원전문대 공업경영학과 졸업
드럼 구태훈 계원예전 컴퓨터그래픽 전공
「밀랍천사」, 「일탈」 등의 노래로 인기를 끌고 있는 록그룹 자우림. 자우림은 자줏빛 비가 내리는 숲이란 뜻으로 현실에 존재하지 않는 가상공간을 말한다. 모든 형식에서 벗어나, 자유로운 음악을 추구하기 위해 이런 이름을 붙였다.
그러나 자우림은 단순히 이들의 음악성에만 국한된 이름이 아니다. 구성원 모두가 컴퓨터고수인 자우림은 컴퓨터세계를 뜻하는 사이버공간과 인연이 깊다. 실제 멤버들이 모일 수 있었던 것은 PC통신덕분이었다.
95년 CCR이라는 밴드를 만들어 음악활동을 하던 기타연주자 이선규(26)씨와 김진만(25)씨는 가수를 찾고 있었다.
PC통신을 자주 이용하던 두 사람이 나우누리의 록그룹 동호회 「우드스탁」이 주최하는 「아마추어 음악인들의 공연」소식을 접한 것은 95년 10월.
95년 11월 신촌 라이브극장 벗에서 열린 공연을 보고 두 사람은 그토록 찾아헤매던 가수를 발견했다.
김윤아(23). 시원스런 목소리로 신들린 듯 열창하던 김씨에게 반해 두 사람은 그룹을 만들자고 끈질기게 제의했다. 의기투합한 그는 같은 동호회 회원이던 드러머 구태훈(26)씨마저 끌어들였다.
그룹 자우림은 이렇게 탄생했다. PC통신이 없었다면 불가능했던 사이버인연이었다. 자우림은 지난해 11월 첫앨범을 발표했다.
총 12곡이 실린 1집 앨범중에서 10곡은 김윤아씨의 작품. 컴퓨터를 이용해 직접 작사, 작곡했다. 그는 항상 노트북 컴퓨터를 들고 다니며 악상이 떠오르거나 가사가 생각나면 컴퓨터음악(미디·MIDI) 소프트웨어를 이용해 노래를 만든다. 지금까지 만든 노래는 70여곡. 그는 『컴퓨터를 이용하면 머리속에 그린 음표들을 소리로 들어 보고 악기 배열을 마음대로 바꿀 수 있어 편리하다』고 말했다. 김씨는 음악카드, CD롬 드라이브 등이 설치된 펜티엄166㎒ 노트북 컴퓨터와 미디소프트웨어인 「케이크워크」를 사용한다.
초등학교시절인 82년 처음 컴퓨터를 배웠던 그는 PC통신광.
천리안(ID:천리안fiaaa), 하이텔(ID:bettybl), 나우누리(ID:fiaa), 유니텔(ID:reii) 등 4대 PC통신을 모두 사용하고 있으며 매일 1,000통이 넘는 팬레터를 전자우편으로 받고 있다. 인터넷도 자주 접속한다. 인터넷은 국내에서 구하기 힘든 유럽음반을 구입하거나 전공 자료를 검색하는데 도움이 된다.
성신여대 심리학과 93학번인 그녀는 음악활동을 위해 휴학중이다.
베이스기타를 연주하는 김진만씨는 한때 컴퓨터게임 제작자가 꿈이었다. 중학교 1학년때인 84년 8비트 컴퓨터인 「애플Ⅱ」로 게임 제작기법을 공부했다. 첫작품은 우주선을 타고 날아오는 운석을 피하는 「운석돌파」게임. 그는 『간단한 키조작으로 쉽게 만들 수 있는 단순한 게임』이라고 설명했다. 요즘은 첫작품 이후 더 이상의 발전이 없어 게임제작을 포기하고 미디와 PC통신에 빠져 있다. 서울대 인류학과를 졸업한 그는 미디를 제대로 활용한 서태지를 좋아한다.
기타를 맡은 이선규씨는 군에서 전산병으로 근무했다. 경원전문대 공업경영학과를 졸업한 그는 소프트웨어 뿐만 아니라 하드웨어에도 관심이 많아 컴퓨터 분해조립을 즐긴다. 고등학교 시절 프로그래밍언어인 베이직으로 간단한 작곡 프로그램을 제작한 경험이 있다. 미디를 이용해 작곡을 하고 있으며 1집 수록곡 가운데 2곡을 직접 만들었다.
드럼을 치는 구태훈씨는 컴퓨터그래픽 디자이너 출신. 계원예술전문대 공간디자인학과에서 컴퓨터그래픽을 공부한 그는 공연기획사인 연하나로 기획의 디자이너로 7개월간 일했다. 대학시절 학보사에서 매킨토시컴퓨터와 출판전문 소프트웨어인 「쿼크익스프레스」를 사용해 학보사로서는 처음으로 전자출판 학보를 펴내기도 했다.
자우림은 지난달 첫공연을 가진 이래 사이버공간에서 팬들과의 만남을 계속 이어가고 있다. PC통신에 개설된 팬클럽을 통해 팬들과 전자우편도 주고받고 대화방에서 온라인 대화도 나눈다. 사이버팬클럽은 천리안의 「자하연」(go jaurim), 하이텔의 「자하연」(go sg911), 유니텔의 「드림 오브 자우림」(go jaurim), 나우누리의 「자줏빛세상」(go 자우림) 등.
자우림의 소속기획사인 난장커뮤니케이션즈는 자우림의 홈페이지 제작을 검토하고 있다. 자우림은 7일 부산공연을 시작으로 15일 대전과 24일 인천 등 지방공연을 마친 후 4월에 서울에서 두 번째 공연을 가질 예정이다.<최연진 기자 wolfpack@nuri.net>최연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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