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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적 모델’의 논의/이유식 주간한국 부차장(앞과 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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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적 모델’의 논의/이유식 주간한국 부차장(앞과 뒤)

입력
1998.02.13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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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대중 대통령당선자의 시장접근 철학을 반영해 기업구조조정의 가장 큰 장애물을 제거했다. 지금은 명분이 아니라 시장상황이 중요하다』 김용환 비상경제대책위원장은 2월초 적대적 M&A허용을 중심으로 한 대기업정책을 내놓으면서 이렇게 말했다. 『나는 철저한 개방론자다. 우리에게는 유럽식 복지국가보다 영미식 개방경제체제가 불가피하다』 김당선자의 경제철학을 「개방」쪽으로 확실히 잡아줬다고 주장하는 유종근 경제고문이 비슷한 시점에 스위스 다보스에서 던진 말이다. 기다렸다는듯 김당선자의 말이 잇달았다. 『대주주의 책임경영등 대기업정책의 5대지침을 강조했을 뿐인데 왜 난데없이 빅딜얘기가 나오느냐. 완전히 날벼락 맞은 꼴이다』 이렇듯 이 시대 DJ 경제시스템의 바이블은 「정글법칙」 이다. 모든 규제의 고삐가 풀린 시장에서 무한경쟁을 통해 극도의 효율성을 갖춘 기업만 살아남으라는 것이다. 시장은 이제 철학을 넘어 「신앙」이 됐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시장의 절대성을 의심하는 것은 곧바로 「불온」으로 치부된다. 적대적 M&A의 부정적 측면, 예컨대 일부세력에 의한 주식시장 조작, 기업의 방어비용 급증, 외국자본에 의한 국내시장의 영구적 잠식등을 우려하는 목소리는 잦아들수 밖에 없다. 시장실패, 또는 시장의 불완전성과 왜곡을 언급하는 것은 곧바로 시대착오적이라는 비난에 휩싸인다.

 IMF를 앞세운 선전과 선동에 우리는 어느새 시장 신봉론자가 돼버렸다. 김 당선자에게 『참으로 행복한 아침』을 선물한 노사정 합의는 「대타협」의 의미만 일방적으로 부각돼 그것의 구체적 내용이 초래할 사회적 함의와 갈등에 대한 진지한 논의를 뒷전으로 돌려버렸다.

 하지만 지금이야말로 한국 자본주의의 성격과 방향에 대한 학계의 맹렬한 토의가 진행돼야할 때다. 일본식 유교자본주의의 효능과 수명이 다했다고 공공연히 주장되는 요즘, 대안은 뭔지, 무조건적인 시장찬양만이 능사인지, 한국적 계층갈등의 해소모델은 무엇인지 등등을 따져야한다. 이점에서 최근 재벌개혁과 관련, 『자본주의를 살리기 위해선 비자본주의적 방법도 불사해야한다』고 주장한 정운찬 서울대교수, 『업종전문화와 과잉중복투자론은 오래전에 한물간 이론』이라고 반박한 공병호 자유기업센터소장, 『미국식도, 유럽식도, 일본식도 아닌 한국식 자본주의를 창출해야한다』는 함재봉 연세대교수의 글들은 「의제설정(Agenda­setting)」의 주요단서가 될수있다. IMF의 교훈이 그저 덜쓰고 덜먹고 덜놀고 하는 것에만 멈출 수 없다. 새정부의 경제수석으로 내정된 김태동 성균관대 교수의 「신오적론」이 최근 화제가 되고있지만 과연 학계는 그동안 뭘했는지 진지하게 되돌아볼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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