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같이 속시원한 소식을 기다려 보지만 국내에서 들려오는 소식은 아직은 우울하고 불안하다. 고용 불안과 월급생활자들의 소득 감소, 중소기업의 주름살. 한편으로 IMF 한파에 영향을 받기는 커녕 오히려 더 큰 몫을 챙기고 있는 불로소득자. 한국의 중산층이 급격히 분해되고 사회적 양극화가 빠른 속도로 진행되고 있다는 진단.
스위스 다보스의 세계경제포럼을 뒷정리한 12일자 마이니치(매일)신문의 기사는 이런 상황을 이해하는데 한 실마리가 될 듯하다.
「아시아 경제위기를 집중 논의한 다보스회의에서는 두가지 엇갈린 시각이 드러났다. 하나는 아시아에는 세계화에 대응할 만한 기초가 없었다는 시각이고 다른 하나는 세계화 자체의 결함이 아시아 위기를 불렀다는 것이었다.
전자는 기존 시각의 연장선상에 있는 것으로 아시아는 세계화를 받아 들일 만한 정치·경제 시스템을 갖추지 못했다는 것으로 세계화 자체의 문제는 논외로 하고 있다. 그러나 쟁점이 됐던 것은 후자였다. 조지 소로스 등은 아시아 위기는 세계화, 또는 자본주의 자체의 위기라고 진단했다.
특히 이 회의에서 이색적인 존재였던 프랑스 여류작가 비비안 포레스테르씨는 세계화는 지역공동체를 파괴하고 인간을 벌거벗은 부조리의 세계로 집어 던진다고 지적했다.
결국 6일간의 회의를 마무리하면서 나온 결론은 새로운 게임에는 새로운 규제가 필요하다는 것이었다. 국제기관이 자본 이동을 어느 정도 규제하는 것은 필요하다는 인식이다.
아무런 규제없이 시장만 존재하는 경제는 시장경제 자체를 질식시킨다는 위기감이 경제 일선에 서 있는 사람들에게도 강해지고 있다.
거대 자본의 이익 관철을 위한 세계화의 경제 이론, 시장만능론에 대한 이런 반격의 움직임은 주목할 만하다.
물론 당장 눈앞의 위기를 두고 우리가 세계화 논쟁으로 시간을 허비하고 있을 여가는 없다. 어떤 상황에서건 위기에 흔들리지 않을 경쟁력을 확보하는 것은 절대절명의 과제이다. 정부는 정부대로, 기업은 기업대로, 개인은 개인대로 경쟁력을 키워야 한다.
그러나 한국의 지식인, 특히 경제학자들이 세계화의 전망과 함정에 대해 분명하게 답해야 하는 것도 지금이다. 나라가 이꼴이 되도록 무엇을 했느냐는 최소한의 자괴감이라도 있다면 당장 지금부터 눈과 머리를 닦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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