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JP모건SK증권 법정분쟁계기 실태 윤곽/“모건사거래분 손실만 최소 16억불 달해”/50억불설도… 재경원선 “5억불 수준” 미국의 금융그룹 J.P 모건과 SK증권간의 법적 분쟁으로 국내 금융기관의 무모한 파생상품 투자의 피해실태가 부상하고 있다.
12일 금융계에 따르면 증권 투신 종금 등 국내 금융기관들은 96년 말부터 지난해초에 이르기까지 J.P 모건, 리먼 브러더스 등 대형 외국금융기관들로부터 돈을 빌려 이들이 개발한 해외 파생금융상품에 투자했다가 막대한 손실을 입었다.
◆파생상품 투자실태=국내 금융기관들이 투자한 종목은 주로 태국 인도네시아의 채권과 연계된 파생상품으로 태국의 바트화나 인도네시아 루피아화 가치가 하락할 경우 투자자가 손실을 입게 돼 있었다. A종금 국제금융부 관계자는 『당시는 태국 바트화가 달러와 연동돼 있어 폭락위험성이 거의 없는 것으로 판단, 금융기관들이 적극적으로 투자했다』고 밝혔다. 지난해 7월 동남아 통화위기가 본격화하면서 국내 금융기관들은 투자원금뿐 아니라 파생상품 손실분까지 돈을 빌려준 J.P모건에게 물어줘야 할 지경에 이르렀다. 그러나 SK증권은 J.P모건측이 계약내용을 충분히 알려주지 않았다는 이유로 지급을 거부했다.
이에 J.P 모건이 SK증권의 차입에 지급보증을 선 보람은행에 대지급을 요구하자 SK증권은 보람은행의 대지급 금지를 요구하며 가처분신청을 제기, 11일 법원으로부터 승인을 받아냈다. J.P모건은 보람은행 뿐 아니라 부도가 난 신세기투신의 차입에 지급보증을 선 주택은행에 대해서도 투자원금과 파생상품 손실분 대지급을 요청해놓고 있는 상태이다. 주택은행 역시 투자원금 이상의 대지급은 곤란하다며 법적대응을 고려하고 있다. 소송준비를 대행하고 있는 A법률법인의 한 변호사는 『바트화의 폭락가능성을 충분히 알고 있었음에도 이를 전혀 설명하지 않았고 피해가능규모에 대해서도 언급하지 않은 J.P모건의 행위는 일종의 사기에 해당한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J.P모건측은 『계약을 이행하지 않는다면 한국 금융기관들에 대한 국제신인도에 악영향을 미칠 것』이라며 미국 본사로부터 전담전문가를 파견, 적극 대응에 나서고 있다.
◆피해규모=SK증권 신세기투신 뿐 아니라 한남 제일 대한투신 등 투신사들과 상당수 종금사들도 이같은 거래를 통해 막대한 손실을 봤으며 국민 신한 외환 등 주로 우량은행들이 이들의 지급보증을 선 상태인 것으로 알려졌다. 금융권에서는 국내 금융기관들이 J.P모건과의 거래에서 입은 피해만 최소 16억달러에 달하며 알려지지 않은 계약까지 포함하면 최고 50억달러에 달한다는 추측까지 나오고 있다. 그러나 재정경제원은 손실규모를 5억달러라고 밝혔다.
여하튼 금융권은 당국의 손길이 미치기 어려운 역외펀드 및 파생상품투자에 대해 금융기관들이 서둘러 위험관리체계를 정비하지 않으면 이같은 사례는 앞으로도 계속해서 일어날 수 밖에 없을 것으로 지적했다.<김준형 기자>김준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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