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시국회 회기가 이틀밖에 남지 않았다. 이번 임시국회가 처리해야 할 사안들은 하나같이 나라의 위기극복과 관련있는 중대한 의제들이다. 그런데도 국회는 계속 소걸음 중이고 여야 정당들은 자기주장만 하고 있다. 참으로 한심한 모습들이다. 국회가 심의해야 할 의안의 심각성을 모르는바 아닐터인데도 제자리 걸음을 하는 이유는 무엇인가. 바로 여야의 당내사정과 당리 때문이다. 부차적 책임은 집권당인 국민회의와 자민련에 있다. 그들은 대선후 거대야당인 한나라당의 존재를 깜빡 잊고 있었다. 국회를 움직이려면 한나라당의 협조가 절대필요한데도 야당과의 사전조율이나 정지작업에 눈을 돌리지 않았다. 논공행상에만 급급했다는 인상이다.
그러나 국회표류의 큰 책임은 한나라당에 있다는 것을 지적하지 않을 수 없다. 한나라당이 볼모로 잡고 있는 추경예산안만 해도 그렇다. 한나라당의 추경예산 차기정부 이월주장의 이면에는 농어촌예산이 대폭 준 추경을 현 시점에서 처리하면 오는 6월의 지자제 선거에서 손해를 볼 수 있다는 계산이 깔려 있는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 추경을 처리 못해 18일 열리는 IMF이사회가 대한 자금지원에 불리한 결정을 내리고 실업대책, 금융기관 구조조정, 중소기업지원등에 악영향을 미칠 경우 그 책임은 한나라당에 돌아간다는 것을 알아야 한다.
또 인사청문회 문제만 해도 그렇다. 한나라당이 차기정부의 총리로 내정된 김종필 자민련 명예총재를 청문회에 끌어내어 혹독한 비판을 하고 싶은 심정은 이해한다. 그러나 우리는 그가 이 나라의 모든 명운을 지고 있는 사람으로 생각하지 않는다. 총리를 하고 싶으면 약속대로 청문회에 나서 떳떳하게 의견을 개진하는게 바람직하지만 그가 끝내 반대한다면 그만 방면해 주는게 금도라고 생각한다. 한사람 때문에 차기정부의 조각에 지장이 있어서는 안된다.
마침 여야는 정부조직법과 노사정이 합의한 고용조정법안등의 회기내 처리로 가닥을 잡아 가고 있는 것 같다. 4대의안을 한꺼번에 묶지 않기로 한 것은 좋은 자세다. 그렇지만 나머지 두개 의안도 화급하기는 마찬가지이다. 여야가 대승적 차원에서 접근한다면 두 난제의 해결도 쉽다고 보여진다. 그래야만 「하늘아래 둘도 없는 국회」라는 비아냥을 듣지 않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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