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자줄고 약값 급등… 일부병원 존폐위기설까지/신규채용 억제·전문의 임금삭감등 초긴축 나서 IMF한파로 병원업계가 휘청거리고 있다. 환자수가 줄어든 데다 수입에 의존하는 대부분의 약품과 의료기기·재료 등의 가격이 환율폭등에 따라 치솟았기 때문이다. 게다가 리스로 들여 온 수입 진료장비의 막대한 환차손 부담은 중소병원은 물론 대형병원마저 유례없는 재정난에 빠뜨리고 있다.
시설을 확충하고 고가의 외국산 장비를 마구 들여오는 등 환자유치를 위한 과당경쟁에 나섰던 대형병원일수록 경영난은 더욱 심각하다. 이들 병원은 대책위원회를 구성해 물자절약, 신규투자 유보, 수입의약품의 저가 국산품 대체 등 자구책을 마련하고 있다. 그렇지만 예상 환차손을 줄이기에는 턱없이 힘이 부치는 실정이다.
서울대병원은 달러당 1,500원을 기준으로 할 때 올해 예상되는 환차손만 무려 310억원선. 3,000억여원의 매출로 지난해 회계 결과 약간의 흑자를 기록했지만 올해는 적자규모마저 산출하지 못하고 있다. 진단시약의 국산대체와 수술용봉합사 등 의료도구도 저렴한 것으로 바꾸고 직원 수당도 최고 50%까지 줄일 계획이지만 역부족이다.
지난해 30억원의 흑자를 낸 서울중앙병원. 80억원대의 환차손을 감안하면 적어도 50억원대의 적자가 예상돼 각 분야의 철저한 비용절감으로 IMF시대를 극복하겠다는 태세다. 대자본과 기업식 경영을 앞세운 삼성의료원은 상황이 더욱 어렵다. 그동안 삼성그룹의 적극적인 후원으로 수백억원대의 적자상태에서도 꾸준히 시설확장을 하는 등 공격적 경영을 해왔지만 올해는 모기업의 지원을 기대하기 힘든 데다 예상 환차손만도 100억원대에 이르기 때문. 병원측은 98년 적자액을 지난해의 절반가량인 200억원 정도로 예상하고 경영상태가 호전될 때까지 ▲무기한 기기수입 연기 ▲신규채용억제 ▲전문의 임금삭감 등의 초긴축정책을 펴기로 했다.
그래도 대형병원들은 환자수가 크게 줄지는 않은 편이다. 하지만 일반의원과 중소병원은 환자수가 급감한데다 그나마 병원을 찾은 환자도 고가의 약품 및 재료를 제때에 구입하지 못해 다른 병원으로 보내는 등 존폐위기를 겪을 정도로 심각하다.
96년 개업한 A치과 K원장(33). 『지난 두 달동안의 환자수는 개업이래 가장 적었다. 1차진료기관의 약품구입이 어려워져 환자들이 아예 대형병원만을 선호하고 있다. 이런 상태가 지속된다면 일반의원이나 중소병원은 살아남기 힘들 것이다』
대한병원협회와 의사협회에 따르면 등록된 726개 병원 중 지난해 경영난을 이유로 폐업하거나 소유권이 이전된 병원은 모두 56곳. 부도율이 7.7%에 달했다. 협회측은 『최근 두달간 환자 수의 추이를 조사한 결과 치과 성형외과 피부과 등을 중심으로 20∼30%가 줄었으며 대형병원보다 1, 2차 진료기관의 환자가 대폭 감소했다』며 『1,000억원대를 훨씬 상회하는 올해 전체 병원업계의 환차손을 감안할 때 정부의 획기적인 지원없이는 병원부도 도미노 현상이 우려된다』고 말했다.<염영남 기자>염영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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