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율상승과 병·의원의 경영난 등으로 제약업체와 의약품 도매상도 몸살을 앓기는 마찬가지다. 의료계 일각에서는 필수 의약품을 생산·수입하는 제약업체와 유통을 책임지는 도매상의 연쇄부도로 정상적인 보건·진료활동이 어려워질 것이라는 우려의 목소리가 높다. 제약업계는 경영악화의 주원인으로 막대한 환차손과 고금리, 병원의 약값체불 등 구조적인 문제점을 꼽고 있다. 환율상승으로 유가와 원자재 가격은 폭등하고, 주거래선인 대형병원이 경영난을 이유로 외상 대금을 제때 지급하지 않고 있다는 것이다. 한국제약협회는 환율상승으로 인한 업계의 환차손이 1,500억원에 이르는 것으로 추산하고 있다. 또 중소업체 가운데는 금융기관이 어음을 제대로 할인해주지 않아 어려움을 겪는 회사도 늘고 있다. 제약협회 관계자는 『의약품가격은 가격관리위원회의 철저한 심의를 받기 때문에 쉽게 인상되기 힘들다』면서 『265개 회원사 가운데 자금회전율이 떨어져 부도가 우려되는 업체가 상당수 있다』고 말했다.
의료보험연합회는 의료계의 경영난을 완화하기 위해 병원이 청구한 보험료의 80%를 종전보다 20일 앞당겨 10일이내에 지급하고 있으나 제약업계는 실질적인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주장하고 있다. J제약의 영업관계자는 『병원이 청구한 보험료의 3분의 1 정도가 약값이지만 이를 제때 정산해주는 병원은 거의 없다』며 『칼자루는 병원이 쥐고 있기 때문에 결제를 재촉할 수도 없는 실정』이라고 밝혔다. 그는 『국공립병원은 정부의 시책을 따르는 곳이 많지만 사립대학병원이나 중소병원들은 10개월이나 1년짜리 어음을 주는 것이 보통』이라면서 『특히 경남일부지역 등 신설병원이 많은 곳에서는 제약업체와 도매상들의 경쟁이 치열해 2년짜리 어음을 울며 겨자먹기로 받는 일이 흔하다』고 말했다.
도매상들도 어렵기는 마찬가지. 벌써 6개 도매상이 부도났다. 대형병원 3∼5곳과 거래하며 5% 안팎의 마진율로 운영되는 도매상들은 병원의 약값체불로 인한 자금난을 실감하고 있다. 특히 부도설이 나도는 병원과 거래하는 도매상의 경우 신용악화로 금융기관과의 거래가 불가능한 실정이다.
제약업계 내부의 자체적인 문제점이 현재의 위기를 자초했다는 비판도 있다. 제약업체들이 과당경쟁을 통해 외형확대에 치중했고 연구개발비가 매출액의 5%미만으로 세계 10대 제약기업의 15%에 크게 못미친다는 것이다. 제약업계 내부에서도 구조조정이나 신약개발 등 자구노력 없이는 부도를 맞거나 외국제약사의 M&A 대상이 될지도 모른다는 자성론이 제기되고 있다.<이상연 기자>이상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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