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월중 경상수지가 30.3억달러의 흑자를 기록했다. 1월 수지가 흑자로 돌아선 것은 89년 이후 9년만에 처음이며, 1년전에 비해 경상수지가 60억달러 이상 개선된 셈이니 모처럼 듣는 희소식이다. 이런 추세라면 연말까지 무역수지가 100억달러 이상 흑자를 달성, 외채 원리금을 갚고도 30억달러 이상 경상 흑자를 보일 것이라는 전망도 나오고 있다. 그러나 이처럼 희망적인 지표 동향에 대해 「IMF형 흑자」 「애국심이 만든 흑자」니 하는 냉소적 분석이 나오는 이유는 무엇일까. 세부내용을 보면 취약성이 금방 드러난다.
1월중 무역수지는 21.8억달러의 흑자를 보였다. 수출이 1.4% 늘어난 반면 수입은 무려 39.6%나 줄어든데 따른 것이다. 전형적인 「축소균형」양상이다. 골프채 수입액이 「0」을 기록한 것이 눈길을 끈다. 들불처럼 일어난 금모으기운동 덕택에 5.8억달러어치나 금을 수출한 내용도 포함돼 있다. 해외여행경비가 1년전보다 5.1억달러나 줄었고 해외동포들의 송금등 이전수지가 5.2억달러 흑자를 기록한 것도 경상수지 개선에 도움이 됐다. IMF체제를 이겨내기 위해 온 국민이 힘을 모은 결과다.
그렇지만 1월중 원자재가 전년비 30.3%, 자본재는 18%나 수입이 줄어든 부분은 심상치 않다. 원자재·자본재 수입이 줄면 한두달 못 가 수출차질과 수지악화로 연결된다. 부존자원이 없는 우리 경제는 수입을 줄여 흑자를 내는 「축소균형」으론 견딜 수 없다. 자재와 설비를 들여와 더 많이 수출하는 「확대균형」이라야 일자리와 생산을 늘려 성장을 계속할 수 있다.
최근 3개월간 흑자행진은 사실상 환율인상 덕분이다. 원화 환율은 지난해 1월 달러당 849.88원에서 1년만에 두배 이상인 1,706.80원(기준환율 평균)으로 올랐다. 환율요인만 따지면 1달러에 수출하던 상품을 50센트만 받아도 이익이 나는 셈이다. 따라서 환율상승 요인을 시차없이 반영했을 경우 1월 수출은 수십% 늘어나도 전혀 이상할 것이 없다.
새 정부는 대통령주재 수출진흥확대회의를 19년만에 부활, 총력지원 체제를 갖추겠다고 발표했다. 무엇보다 수출어음 할인 기피, 원자재 수입신용장 지연등 은행창구의 현실이 업계의 발목을 잡는 사례부터 없애 주기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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