읽는 재미의 발견

새로워진 한국일보로그인/회원가입

  • 관심과 취향에 맞게 내맘대로 메인 뉴스 설정
  • 구독한 콘텐츠는 마이페이지에서 한번에 모아보기
  • 속보, 단독은 물론 관심기사와 활동내역까지 알림
자세히보기
대기업 전무에서 웨딩드레스 디자이너로/‘혜원웨딩’ 사장 찰스 박
알림
알림
  • 알림이 없습니다

대기업 전무에서 웨딩드레스 디자이너로/‘혜원웨딩’ 사장 찰스 박

입력
1998.02.11 00:00
0 0

 사십대 중반의 대기업 전무이사가 하루아침에 해고되자 분노와 배신감으로 짐을 쌌다. 1년뒤 그는 웨딩드레스 디자이너로 화려한 변신을 선언했다. 국내 최대의 웨딩드레스 제조업체인 (주)혜원웨딩의 사장겸 디자이너 찰스 박(본명 박종민·53). 전문경영인을 꿈꾸던 잘나가는 직장인에서 실업자로, 퍼머머리에 군화차림을 즐기는 디자이너로 「인생사 세옹지마」를 몸소 실천하고있는 그가 최근 자서전 「대기업 박전무에서 디자이너 찰스박으로」(명경출판사)를 펴냈다. 이 책에는 서울상대­한국은행 출신의 엘리트가 강제해고를 통해 오히려 진정한 꿈을 발견하는 이야기가 담겨있다.

 박씨는 91년 11월 아무런 사전통보없이 (주)동국실업 전무이사에서 해고됐다. 『그때 삶도 끝나면 좋은데 그게 아니예요. 가족도 있고 직업인으로서 추구하던 꿈도 있고. 이것을 기회삼아 한번 날아봐야겠다고 주먹을 불끈 쥐었습니다』

 직장에서 웨딩드레스 파트를 성공시킨 경험이 있는 그는 퇴직금과 은행융자금, 친지들로 부터 꾼 돈 등 1억7,000만원을 들고 92년 웨딩드레스 하청업체였던 혜원웨딩을 인수하여 사업에 뛰어들었다. 원단부자재 확보부터 제작 영업까지를 공장에서 직원들과 숙식을 함께 하며 직접 챙겼다. 웨딩드레스의 핵심부품인 레이스공급이 중단되고 수출용 견본품이 퇴짜를 맞는 등 위기도 많았지만 93년부터는 일본의 세계적인 웨딩드레스 디자이너 가즈라 유미의 협력업체로 선정되는 기쁨도 누렸다. 체면 차리지않고 공장직원들의 「시다」노릇을 하며 익힌 옷감각은 그를 디자인세계로 이끌었다. (주)혜원웨딩이 생산하는 브랜드들중 최고가제품인 「찰스박」은 그가 직접 디자인한다.

 『디자인을 하면서 내 속에 오래 갇혀있던 「끼」를 비로소 찾게됐습니다. 인생의 가장 참혹했던 순간이 오히려 새로운 인생을 향한 기회가 된 셈이죠』

 (주)혜원웨딩은 현재 직원 50여명에 연매출액이 30억원을 웃돈다. 이중 절반이 일본으로 수출되는 물량이어서 수출역군의 자부심도 높다. 그래도 실업자 시절부터 실행한 지하철 이용을 고수하고있는 그는 이번 자서전이 IMF한파이후 실직의 쓴잔을 마시고 고뇌하는 사람들에게 새로운 인생설계를 꿈꾸게 하는 계기가 되기를 바란다고 말한다.<이성희 기자>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세상을 보는 균형, 한국일보Copyright ⓒ Hankookilbo 신문 구독신청

LIVE ISSUE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

0 / 250
중복 선택 불가 안내

이미 공감 표현을 선택하신
기사입니다. 변경을 원하시면 취소
후 다시 선택해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