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실자산 과감히 정리/투자고객·순익 크게 늘어 증권업계가 부도와 경영난으로 몸살을 앓고 있는 가운데 동원증권이 증권업체로는 유일무이하게 5개월째 한푼의 빚도 지지 않으면서도 무차입 경영을 실현, 증권가는 물론 금융업계의 부러운 시선을 한몸에 받고 있다.
『경영실적을 있는 그대로 보여주는 것은 물론 부채비율을 최소화해 위험부담을 줄이는 것이 고객과 직원들에 대한 금융기관의 기본적인 서비스입니다』 무차입 경영을 실현한 동원증권 김정태(51) 사장이 취임한 것은 지난해 5월. 김사장은 취임과 동시에 『금융빅뱅에서 살아남고 경쟁력을 높이기 위해서는 빚부터 없애야 한다』고 선언하고 주식 채권 등의 부실자산을 과감하게 정리하는 작업에 착수했다. 당시만해도 회사 안팎에서 자산매각에 따른 사세위축 등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적지 않았으나, 환매채(RP)판매가 호조를 보이는 등 영업에서도 신장세가 계속돼 김사장의 「무차입경영」을 위한 시도는 기대 이상의 성과를 낳기 시작했다.
지난해 3월만 해도 단기차입금 400억원을 포함, 852억원에 달하던 부채가 9월말에는 「제로」로 떨어졌고 이 기간동안 198억원의 당기순이익을 올려 업계 1위의 기록을 세웠다.
『재무구조가 건전해지고 투명경영이 뿌리내리면서 고객들의 투자가 늘어난 것이 큰 힘이 됐습니다. 투자시스템을 대학연구진에 의뢰해 개발하고 서비스 질을 극대화하려는 노력이 고객들을 사로잡았다고 자평하고 싶습니다』
김사장의 말대로 동원증권의 도약은 국제통화기금(IMF)관리체제 이후에도 멈추지 않았다. 대다수 증권사들이 주가폭락 등으로 적자가 눈덩이처럼 불어나고 있는 와중에도 동원증권은 지난해 10월부터 1월말까지 112억원의 당기순이익을 또 올려 「IMF형 증권사」라는 시샘어린 평가도 받았다. 물론 6일 현재 부채비율은 0%로, 5개월째 무차입경영이 계속되고 있다. 상당수 증권사들이 콜자금 등을 빌려쓰느라 5,000억원 안팎의 부채를 안고 있는 점과 비교하면 매우 이례적이다.
고객 위탁계좌는 지난달 말 현재 18만1,000여개. 1년 전보다 무려 33%이상 늘어났다. 업계 2위의 기록이다.
그러나 김사장은 이제부터가 시작이라는 심정이다. 자본시장 개방과 금융빅뱅의 돌풍을 뚫고 초우량 종합금융사로 도약하기 위해서는 뛰어넘어야 할 난관이 산적해 있기 때문이다. 김사장은 『금융기관과 기업이 수익을 올리지 못하는 것은 죄악』이라며 『무차입경영을 기반으로 풍부하고 다양하고 편리한 서비스를 제공하는 투자은행으로 거듭나기 위해 총력을 기울이겠다』고 포부를 밝혔다.<김동영 기자>김동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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