흔히 조직과 인사는 동전의 양면과 같다고 한다. 체계가 잘 짜여져 업무의 구획과 한계가 명확하면 조직간의 갈등과 마찰은 줄어든다. 조직이 엉성하더라도 지휘를 맡은 사람이 확고한 장악력과 리더십을 발휘할 경우 잡음은 한결 적어진다. 그래선지 조직보다 사람이 더 「말」을 하는 편인 우리 사회에서는 더욱 인사가 만사로 통한다. 김대중 대통령당선자는 청와대 수석비서관 후보들을 복수로 발표, 여론의 검증을 거쳐 10일께 적임자를 확정할 계획이다. 국회는 9일부터 상임위 활동에 들어가 새 정부의 조직개편안을 심의하기 시작했다. 정부조직개편심의위원회가 제시한 개편안과 김당선자의 청와대 인선내용만을 놓고 향후 경제팀의 행보를 예단하는 것은 무리일지도 모른다.
그렇다 해도 요즘 경제계 인사들이 주고받는 우려 속에는 참고할 내용이 적지않다. 먼저 골격을 드러낸 경제부처 개편안에 대해 「꽤나 소리가 날 것」이라는 걱정이 많다. 외환위기의 주범으로 지목된 재정경제원의 힘을 분산, 정책 과정에서 견제와 균형을 되찾자는 개편안에는 대부분 수긍하고 있다. 김영삼 정권이 경제기획원과 재무부를 물리적으로 통합, 재경원이 생겨났고 공룡부처의 비효율 때문에 위기 대응에 차질을 불렀음은 부인할 수 없다.
그렇다면 새 경제팀 개편안은 어떤가. 상당수 인사들은 상호견제에 초점을 맞추다 보니 구심점이 없이 산만해졌다고 지적한다.
당면한 금융개혁 건만 따져도 재경부, 기획예산처, 공정거래위, 금융감독위 등 장관급 4개부처가 나서야 한다. 통상 문제가 생기면 이들 4개부처외에 현안이 생긴 산업부처, 협상창구인 외교통상부까지 머리를 맞대야 한다. 공식서열로는 재경부장관이 경제팀의 사령탑을 맡도록 돼 있다. 하지만 총리실의 국무조정실장(장관급), 청와대의 경제수석과 정책기획수석(차관급)이 수면 안팎에서 개입해야 하는 사안도 적지않을 것이다.
6공말기의 어떤 경제부총리는 재떨이로 탁자를 두드려 관계장관의 주의를 환기시켜야 회의 진행이 가능할 정도였다. 권한의 분산이 강조되고 구심력이 약해지면 어떤 일은 관계부처의 이해가 각각 엇갈려 뒤틀리고, 어떤 일은 어느 곳도 나몰라라 하는 사례가 생길 수 있다. 부처간 이해가 맞설 경우 청와대 경제수석은 대통령의 의지를 담보로 무게를 얻게 마련이다. 그러나 역대 정권에서 보듯 교수출신 수석비서관은 관료조직 장악력이 약해 기름처럼 겉돌다 단명한 예가 많았다.
IMF체제를 맞아 우리 경제는 향후 1∼2년간 살얼음판을 걷다시피 아슬아슬한 험로를 헤쳐 가야 한다. 또 지금은 발전전략을 근본적으로 다시 짜야 하는 「강요된 개혁」의 시기이기도 하다. 위급한 상황일수록 명령계통을 단순화하는 것은 조직의 기본원리다. 개혁을 밀고나갈 적임자는 통솔력있고 주도면밀한 인사라야 한다. 의욕과 아이디어만으로 개혁이 완성되지 않음을 우리는 이미 뼈저리게 느끼지 않았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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