깊은 절망속에서 맞은 한줄기 희망의 빛이기 때문일까. 경제위기 극복을 위한 노사정 대타협은 새기면 새길수록 그 의미가 뜻깊고 빛난다. 우리에게는 미증유의 국난을 이겨낼 수 있는 힘과 의지가 있다는 낙관을 갖게 한다. 그런 희망의 눈으로 바라본다면 오늘의 위기는 불균형과 물량적 경제성장으로 거품에 뒤덮인 경제체질을 바로잡아 절대빈곤에서 탈출한 경제성장, 그 성장을 바탕으로 이룬 정치적 민주화에 이어 경제분야에서도 변증법적인 발전을 위한 진통일 수 있다. 김대중 당선자가 당선직후 경제성장과 민주주의가 병행하는 경제적 민주화를 새로운 기치로 내세운 배경 역시 이런 맥락으로 생각된다.
정치적 민주화가 억압적 권력으로부터의 자유를 의미한다면, 경제적 민주화는 공정한 시장경제체제를 가로막는 자본과 기회의 독점으로부터의 자유를 뜻한다. 금융과 정보, 인력을 일부 소수재벌이 독점하고, 정부가 기업위에 군림하면서 특혜와 정경유착으로 자유롭고 공정한 경쟁을 왜곡시키는 후진적 구조의 타파이다.
국제통화기금(IMF)체제를 부른 한국병의 근원은 정정당당한 경쟁과 효율성의 부재이다. 너나없이 기득권을 지키기 위해 쌓아올린 거대한 철옹성이 오늘날 우리 경제의 실상이다. 그 철옹성을 떠받치는 토대는 지연, 학연등 인맥의 네크워크이다. 모피아(재무부 영문명+마피아)로 불릴만큼 폐쇄적 집단주의로 금융계 업계를 지배하는 재무부 인맥에서부터 상호지급보증과 내부자거래로 유지되는 재벌체제, 심지어 아파트값의 하락을 막기 위한 입주자의 담합에 이르기까지 기득권을 지키려는 풍토는 우리 사회 곳곳에 만연해 있다. 이런 기득권 구조앞에 공정한 경쟁은 자리잡을 수 없고 자연히 경제적 효율성도 존재할 수 없다. 한 외국언론이 한국경제를 정실자본주의(Crony Capitalism)라고 냉소한 것도 이같은 이유에서다.
곧 출범할 신정부의 최대과업은 이같은 기득권체제를 해체하고 진정한 시장경제원리를 우리 경제에 불어넣는 일이다. IMF체제는 이를 위해 더할 수 없는 좋은 기회를 제공했다.
신정권은 개혁의지로 충만해 있다. 오히려 의욕이 지나쳐 경제논리를 무시한 초법적 발상들이 물의를 빚을 정도다. 그러나 YS정권도 초기에는 그랬다. 기득권에 도전하는 일이 얼마나 위험스럽고 지난한 작업인지 신정권의 주체들이 행동에 앞서 다시한번 마음을 가다듬고 겸허하게 생각해보기를 당부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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