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위기에도 끄떡없는 좋은 직업이 있는데 조금만 공부하면 되니까 너도 한번 해 보지 그러냐』 서울의 한 친구가 농담삼아 꺼낸 어느 작명소 얘기다. 아이 이름도 그렇지만 요즘은 「좋은」 회사 이름을 원하는 중소기업인의 발길이 끊이지 않아 서랍에 수표를 담느라 바쁘다는 거였다. 하루가 다른 요즘 세상에서도 「좋은 이름」에 기대고 싶은 사람들의 소망은 여전한 모양이다. 흔히 태어난 연월일시, 즉 사주팔자로 운명을 말하지만 「사주는 이름만 못하다(사주불여성명)」는 말이 전해져 왔으니 그럴 만도 하다.
이름을 중요하게 여기는 것은 동양의 오랜 전통이다. 물론 「반드시 이름을 바르게 해야 한다(필야정명호)」는 「공자 말씀」대로 중요한 것은 좋은 이름보다는 바른 이름이었을 것이다.
요즘 일본 정부와 연립여당내의 작명 논쟁도 그런 전통을 확인시킨다. 국회에 제출해야 할 「중앙성청개편기본법안」의 각의 통과가 고이즈미 준이치로(소천순일랑) 후생성 장관의 목을 건 반대로 삐걱거리고 있다.
고이즈미 장관은 노동성과 후생성을 합쳐 탄생할 「노동복지성」이라는 이름에 극력 반대하고 있다. 하시모토 류타로(교본룡태랑) 총리가 오자토 사다토시(소리정리) 총무청장관을 시켜 여러번 설득했어도 막무가내다. 고이즈미장관은『나 때문에 행정개혁에 지장이 있다는 생각이라면 나를 처리하라』며 버티고 있다.
논란이 잦아들지 않자 다른 부처 이름에 대해서도 이견이 잇따르고 있다. 대장성을 대체할 「재무성」, 문부성과 과학기술청을 합친 「교육과학기술성」 등이 도마위에 올랐다. 자민당 소장파 의원들은 아예 「새 부처 이름을 생각하는 모임」을 만들었을 정도다.
고이즈미장관의 주장은 단순히 두 부처의 이름을 합쳐서 늘어놓은 듯한 네글자 이름이 일본 국민들의 「작명 문화」와 동떨어져 있다는 것. 일본어의 전통을 살려 21세기까지 쓰일 두 글자 이름을 짓자는 주장이다. 「노동」이라는 이름에 대한 후생성 내부의 강한 거부감이 배경이 된 것도 사실이다.
어쨌든 이 논쟁은 현재 일본어의 전통상 「바른 이름」은 어떤 것이냐는 일종의 언어·문화 논쟁으로 옮겨가고 있다.
이를 두고 『내용이 중요하지 이름이 무슨 상관이냐』고 할 수도 있다. 그러나 간단하고 알기 쉬운 이름을 짓는 일은 국민에 대한 최소한의 서비스이기도 하다. 정부조직 개편을 둘러싼 밥그릇 싸움만 있을 뿐 바른 이름을 위한 고심은 찾아 볼 수 없는 우리 모습이 밖에서 보기에는 더 이상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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