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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MF한파속의 가족(사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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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MF한파속의 가족(사설)

입력
1998.02.09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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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걱정했던대로 각종 범죄가 증가하고 민심이 흉흉해지고 있다. 빚 때문에 살인을 하고, 감원스트레스로 차량에 방화를 하고, 어음분실신고를 성의있게 받아주지 않는다고 굴삭기를 몰고가 파출소를 부순 사람도 있다. 자살한 실직자들의 사연은 하나같이 눈물겹다. 빚보증을 섰거나 가계운영을 잘못해 살림이 결딴난 집에서는 연일 부부싸움이 벌어진다. 집을 나가 버린 주부, 나이어린 아들을 굶기고 때려 숨지게 한 아버지가 있는가 하면 사회복지시설에는 고아 아닌 고아가 늘어나고 있다. 무슨 죄가 있기에 어린것들까지 이런 참변과 불행을 당해야 하는가. 사회의 기초단위인 가정의 붕괴나 해체현상이 걱정스러울 정도다.

 지금 우리 국민들의 일반적인 정서는 현실에 대한 부정과 분노, 좌절등으로 분석된다. 실질소득은 60년대나 70년대쯤으로 돌아갔는데도 그렇게 된 현실을 납득하지 않으려 한다. 자신만 당하는 것 같은 피해의식과 어디에도 호소할 곳이 없다는 절망감이 심신의 건강을 해치고 있다.

 그러나 어떻게 하겠는가. 현실을 인정하면서 고통을 이기기 위해 최선을 다할 수밖에 없다. 우리 사회에 절망만 있는 것은 아니다. 사랑의 봉급나누기운동과 같은 캠페인으로 공동체의식을 높여 가는 시민사회단체들이 많고, 기가 꺾인 가장들을 격려하기 위해 각종 프로그램이 마련되고 있다. 집에 쳐들어온 강도의 딱한 사정을 듣고 돈을 빌려서까지 손에 쥐어준 주부도 있었다. 이런 온정들을 생각하며 가족과 이웃의 소중함을 더욱 깊이 새겨야겠다. 내 집이 어려우면 옆집은 더 어려울 수 있다. 처지가 같은 사람들끼리 경험담과 정보를 주고받는다면 많은 도움이 될 것이다.

 우리가 가난했던 시절 화롯가에서 들었던 옛날이야기는 대개 「늘늘이 기와집을 짓고 잘 살았다더라」로 끝난다. 그런 시절의 원망을 다시 키우면서 옛날이야기를 하며 살 수 있는 내일을 기약하자. 가정이 건강해야 사회가 건강해지고 그런 건강이 유지돼야만 이 위기를 이겨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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