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정부 대출실적 등급평가 다그침에 은행들 신용높은 기업 물색고심 『돈을 꿔줄만한 중소기업을 찾아라』
신정부의 중소기업 중시정책이 가시화하면서 기업부도로 가뜩이나 일손이 바쁜 시중은행 여신담당자들이 골치를 썩고 있다.
8일 금융계에 따르면 김대중 대통령 당선자가 지난달 9일 시중 은행장들을 만나 『중소기업은 경제회생의 주역이며, 은행별로 중소기업 지원실적을 직접 챙기겠다』며 중기지원을 독려한뒤로 은행마다 신용도 높은 중소기업을 찾기위해 동분서주하고 있다.
실제로 당선자측은 지난달 9일 윤진식 세무대학장을 단장으로 「금융시장안정 및 기업애로 대책단」이란 긴 이름의 특별팀을 발족시켜 ▲기업에 대한 수출지원실적 ▲중기지원 실적 등에 따라 은행을 A·B·C의 3등급으로 분류하는 등 숨쉴겨를 없이 은행들을 다그치고 있다.
특히 4일 김당선자가 자민련 김종필 명예총재, 박태준 총재와 회동한뒤 『대출실적이 저조한 금융기관에게는 그에 맞는 적절한 조치를 취할 것』이라는 강경입장이 흘러나오면서 은행마다 안전한 중기찾기에 필사적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A은행 여신담당 임원은 『매일 은행장에게 중소기업 지원실적을 보고해야 하는데 중소기업 대부분이 돈떼일 가능성이 높은 영세기업이어서 유망 중소기업을 찾느라 애를 태우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일선 지점장과 여신부장을 다그치고 있지만 대출실적이 쉽사리 올라가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B은행의 한 지점장도 『본점에서 매일 우량중소기업을 찾으라고 성화지만 도대체 그런 거래처라면 왜 아직까지 거래를 하지 않았겠느냐』며 반문했다.
은행권의 고민이 깊어가면서 중소기업사이에서 자금의 「빈익빈 부익부」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 우량 중견기업으로 소문난 시화공단의 A기업은 거래은행의 대출부탁을 거절하느라 고심이다. A기업 자금담당임원은 『특별히 자금수요계획이 없는데도 관내 은행지점마다 차장들이 연일 찾아와 「원하는 만큼 돈을 빌려주겠다」고 성화』라고 말했다.
반면 대부분의 중소기업들은 극심한 자금난을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연간 200억원의 매출실적을 올리는 H화학의 김모사장은 『최근 종금사에서 30억원의 대출금 회수독촉을 받고 은행문을 두드렸지만 거절당했다』며 『하루하루를 버티기가 너무 힘들다』고 호소했다.<조철환 기자>조철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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