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협상공로 변호사 등 수여소식에 “위기 안끝났는데 공잔치냐” 냉소 『한국이 이처럼 재빨리 움직였다면 외환 위기도 막았을 것이다』
『그들에게 큰 박수를 보냅시다』
5일 뉴욕 월스트리트 투자가 사이에서 회람된 한 내부 문건에 들어있는 내용이다. 지난달말 성공리에 타결된 외채 조정협상을 두고 한 말이면 좋았을 터이지만 그게 아니었다. 바로 한국 정부가 4일 협상에 공로가 많은 미국인 변호사 등에게 훈장을 수여키로 결정했다는 소식에 대한 냉소적인 반응이다.
외환 위기가 아직 끝난 것도 아닌데 벌써 공 잔치냐는 조롱이 행간에 가득하다. 협상에 참여한 미국변호사들이 「프로」로서 받아야할 만큼의 수임료를 다 챙겼는데도, 거기에 푸짐한 상까지 얹어주는 한국의 「후덕함」을 은근히 비꼬는 기색이 역력하다. 이는 두 수상자인 마크 워커 협상단 법률 고문과 제럴드 코리건 골드만 삭스 고문이 협상에서 보여준 탁월한 역할을 폄하하고자 하는 말이 아니다. 한국측의 한 고위관계자는 협상 타결후 가진 기자간담회에서 마크 변호사를 「1등 공신」으로 주저없이 꼽은 바 있다. 월스트리트의 거물인 그가 좌중을 압도해 우리측에 보다 유리한 쪽으로 협상을 마무리했다는 평가였다. 당초 국제 채권은행단측은 마크 변호사를 자문으로 선임하려 했으나 그가 우리측에서 일하고 싶다는 의사를 타진해 왔다는 배경 설명도 있었다. 한 관계자는 『하마터면 큰일 날 뻔했다』고 덧붙였다. 이 말을 듣다보면 우리의 숨통을 죄어온 외환위기를 넘기는데 협조해준 고마운 외국인들에게 그까짓 수교훈장 흥인장쯤이야 아까울게 없다는 생각도 든다.
하지만 문제는 포상 시점에 있다. 월스트리트의 투자가들이 꼬집은 것처럼 우리의 외환 위기가 끝난 것은 아니다. 뉴욕 외채협상의 타결로 겨우 해결의 실마리를 잡았을뿐 민간 기업부문의 외채 문제, 대규모 실업및 기업체 도산우려 등 우리가 갈 길은 구만리같다. 더욱이 그 협상결과 조차 현 시점에서 딱부러지게 성패를 가르기도 힘든 판국이다. 얼마만큼의 채권은행단이 중장기채 전환계획에 참여할지, 목표한 240억달러의 차환분을 다 채울 수 있을지는 더 지켜봐야 한다. 사실 월스트리트에서는 아직도 한국의 「3월 환란설」이 수그러들지 않고 있는 실정이다.<뉴욕=윤석민 특파원>뉴욕=윤석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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