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러화가 절대적으로 부족하던 사오십년전 정부는 해외부임 외교관에게 아내나 자녀등 직계가족의 동반을 제도적으로 막았었다. 외교관 홀로 단신부임토록 한 것이다. 목숨과도 같이 소중한 달러화를 절약하기 위해서였다. 북한은 지금도 해외근무자의 직계가족중 1명 이상을 평양에 의무적으로 남겨두게 한다. 외화난 때문이기도 하지만, 보다 더 큰 이유는 「딴 생각」 않도록 볼모로 삼기 위해서다. ◆91년 귀순한 전 콩고주재 북한대사관 1등서기관 고영환씨는 만약 북한외교관들이 전가족과 함께 부임할 수 있다면 북한외교부는 그날로 붕괴되고 말 것이라고 증언한바 있다. 이 증언으로 볼 때 북한외교관의 잔류가족은 분명히 인질에 다름 아니다. ◆유엔식량농업기구(FAO) 북한대표부 근무중 탈출, 6일 귀순한 김동수 3등서기관부부도 평양에 귀여운 딸을 볼모로 남겨둔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어렵게 자유를 선택한 뒤편엔 이런 단장의 아픔이 있다. ◆김서기관 망명은 김정일노동당총비서 취임후 발생한 첫 외교관망명이라는 점에서 시사하는 바가 크다. 북한외교관들은 대개 고위층 자제등 특수신분이다. 그런 특권층들마저 등을 돌리는 북한체제는 이미 붕괴되고 있다고 봐도 큰 무리는 아닐 성싶다. ◆보도에 따르면 그는 상당량의 극비서류를 소지하고 있다고 한다. 기아로 죽어가는 북한의 식량사정을 파악할 수 있는 절호의 기회다. 65세 이상 이산가족의 고향방문추진등 「햇볕론」에 근거한 새정부 대북정책이 보다 신중해져야 할 필요성도 바로 여기에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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