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MF한파 속에 대학들도 극심한 몸살을 앓고 있다. 몇 달째 월급을 못준 대학이 있고, 사정이 조금 나은 곳도 월급과 인원의 감축, 신규채용 억제, 유사기구 통폐합등 비상조치를 취하며 안간힘을 쓰고 있다. 등록금은 동결됐는데 국고보조는 줄고 휴학생이 늘어나는데다 물가가 뛰고 있기 때문이다. 재정이 열악한 지방사립대와 전문대는 많은 학생들이 다른 대학으로 편입학하는 바람에 더 큰 고통을 겪고 있다. 지금은 대학 역시 인수·합병(M&A)으로부터 자유로울 수 없는 상황이다. 가속되는 교육시장 개방을 감안하면 국제경쟁력을 더 높여야 하는데 본래 취약한 국제경쟁력은 오히려 떨어지고 학술연구, 해외교류도 위축될대로 위축될 것이 분명하다.
그러나 이런 상황이 외부요인에 의해서만 초래된 것은 아니다. 무분별한 차입경영과 방만한 사업확장은 정도차가 있을 뿐 대학도 마찬가지였다. 특히 대학교육협의회의 대학평가는 좋은 취지에도 불구하고 과도한 투자를 촉발한 요인이 됐다. 우수대학으로 인정되면 교육부의 지원을 더 받을 수 있기 때문에 각 대학은 경쟁적으로 건물·시설을 확충하고 교수충원율을 높였으며, 특히 의대를 신설하느라 많은 무리를 해왔다. 평소에 지속적인 확충노력을 하지 않은채 대학평가인정제가 도입된 92년 이후 집중적으로 은행돈을 빌리거나 외국의 값비싼 의료장비와 기자재를 들여와 엄청난 이자부담과 환차손에 시달리고 있는 것이다. 대교협이 올해는 학과평가를 유보하고 59개 대학의 종합평가만 실시키로 한 것도 그런 사정 때문이다.
이제 대학이 우선 할 일은 어떻게 해서든 「교육부도」를 막는 것이다. 구조조정과 내실있는 경영대책을 수립하고, 학내구성원은 물론 필요하다면 동문들까지 참여할 수 있는 자구책을 마련해야 한다. 이런 비상조치를 취하면서 특성화사업, 계열별 인원조정, 사회봉사기능 확대등의 과제를 수행해야 한다.
특성화사업의 경우 각기 다른 설립취지와 지역사회 여건에 맞춰 경쟁력있는 학과를 중심으로 대학을 발전시키는 노력이 필요하다. 계열별 인원조정은 모든 대학에 해당되는 일이다. 시대와 여건이 달라졌는데도 우리나라 대학은 인문계 양성에 치중해 왔다. 각 대학의 학사운영과 커리큘럼은 인문계나 순수학문 위주로 돼 있어 기업과 학생들의 요구에 부응하지 못하고 있다. 교육개혁위원회도 최근 발간한 「21세기 한국교육의 발전지표」에서 우리나라 기업의 인력수요는 인문대 자연계의 비율이 39대 60이지만 공급비율은 43대 32(예술계 제외)로 인문계는 과잉, 자연계는 부족현상을 보일 것으로 전망했다. 사회에서 쓸모있는 인재를 길러내도록 대수술을 해야 한다. 그리고 현대사회에서 가장 요청되는 사회봉사기능의 일환으로 대학 밖의 일반성인들을 대상으로 한 교육기능을 더 활성화해야 한다. 대학이 폐쇄적인 고등교육의 장에서 개방된 고등교육의 장으로 변화해 가는 것은 세계적 추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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