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국회가 「하늘아래 둘도 없는 국회」라는 비아냥을 들어온게 어제 오늘의 일은 아니다. 정치의 낙후성에 대한 지적과 함께 마치 우리 국회는 고비용 저효율구조의 표상처럼 치부돼 왔다. 지난 2일 개회된 제188회 임시국회도 예외는 아니다. 고용조정(정리해고), 정부조직개편, 기업구조조정, 추경예산안처리 등 막중한 사명을 띠고 개회된 임시국회가 5일 가까스로 의사일정의 의장직권 상정선에서 일단 공전을 면했지만 회기가 고작 2주일인 점을 감안해 보면, 여야간 당리당략에 의한 정쟁이 얼마나 소모적이고 한심한 구태인지 알 수 있다.
우리는 이같은 임시국회운영의 난조에 대한 1차적 책임이 집권여당에 있음을 지적하지 않을 수 없다. 비록 여소야대의 상황이긴 하나, 국민회의와 자민련은 국정을 공동책임진 엄연한 집권여당이다. 소여는 거야를 자극하기 보다는, 설득하려는 자세를 보여야 한다. 아무리 당위론적 얘기라고는 해도, 젊은 초선의원을 내세워 상대가 불쾌감을 느낄 수 있는 발언을 하게 했다면 이는 분명 여권지도부의 실책이다. 이런 전략은 국회를 대화의 장으로 만드는데 아무런 도움이 되지 못한다. 가뜩이나 자존심 상한 거야의원들을 향한 일부 여당의원의 훈계조나 비아냥투의 발언도 여당의 원내전략에 아무런 도움이 되지 않는다.
거대야당 한나라당 역시 이번 국회파행사태에서 면책될 수 없음은 마찬가지다. 비록 정권은 놓쳤지만 엄연한 다수당이다. 여당인 국민회의와 자민련이 아무리 발버둥쳐도 과반수가 넘는 한나라당이 반대하면 성사가 어렵다. 따라서 국정에 관한한, 어느 면에서는 야당이지만 다수당인 한나라당의 책임이 더 막중할 수도 있다. 그럼에도 구태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곧 물러날 장관을 상대로 무슨 국정질의를 하고, 추경예산안을 심의하느냐는 항변에도 일리가 없는 것은 아니지만 지금은 그럴 때가 아니다.
국정은 단 한시도 단절될 수 없고, 또 단절돼서도 안된다. IMF체제 극복엔 여야가 따로일 수는 더욱 없는 일이다. 정부가 약속한 재정긴축을 위한 추경예산안은 하루가 급한 실정이다. 또 지금은 거야가 「소여 길들이기」에 매달릴 수 있을만큼 한가한 시점이 아니다. 추경안 통과가 안되면 당장 IMF추가지원이 무산되고, 그 여파로 끔찍한 외환위기가 재연될 수 있는 긴박한 처지다. 만약 경제부총리의 설명이 틀렸다는 반증을 댈 수 없다면 거야는 즉시 국회를 정상화시켜 추경예산안부터 처리해야 할 것이다.
이밖에도 임시국회는 신속히 처리해야 할 긴급현안이 많다. 여야는 사정이 그러함에도 당리당략 때문에 국회를 파행시키고 있다.
거듭 당부하지만 국회는 본연의 자세로 돌아와야 한다. 정치권이 당리당략으로 국회를 계속 파행시키려 한다면 국민적 지탄을 면치 못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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