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영실적 이의제기/손배청구 으름장도 외국인의 주식매집으로 증권가의 관심을 집중시킨 대우통신은 요즘 깊은 걱정에 잠겨 있다. 올들어 대우통신 주식을 마구잡이로 사들이면서 9.03%의 지분을 획득, 1대주주로 올라선 미국계 투신사인 아팔루사(Appaloosa)가 경영에 개입할 움직임을 보이고 있기 때문이다.
아팔루사측은 최근 대우통신에 전화를 걸어 『단순투자 목적이며 기업인수·합병(M&A)에는 뜻이 없다』고 밝히면서도 내달중 관계자가 대우통신을 방문해 구체적인 입장을 전달하겠다고 통보한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대우통신은 아팔루사측이 당장은 적대적M&A에 나설 가능성은 적지만, 지분을 앞세워 경영에 개입할 공산은 크다고 보고 자체지분 확대 등의 대응방안 마련에 부심중이다.
◆경영개입에 나선 외국인들 외국인 주주들의 심상치않은 움직임은 대우통신 뿐이 아니다. 지난해 말 외국인주식투자한도가 55%로 대폭 확대된 이후 외국자본의 주식매입이 봇물을 이뤄 외국인이 최대주주로 부상한 상장기업이 30개를 넘어서면서 외국인의 경영간섭에 대한 우려가 현실로 나타나고 있다.
SK텔레콤의 고민은 대우통신보다 더 심각하다. 자사지분을 6.69% 보유한 미국계 타이거펀드가 지난달 사외이사 선임권을 달라고 요구한 데 이어, 『지난해 말 SK텔레콤이 계열사에 자금을 지원해 줘 회사경영이 어려워졌다』며 법적인 조치를 강구하겠다고 으름장을 놓고 있기 때문이다. SK텔레콤은 일단 『3월 주주총회에서 결정할 사항』이라는 입장을 정리했으나, 타이거펀드측이 영향력 강화를 위해 실제로 손해배상청구 등의 법적대응에 나설 가능성도 높아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이들 기업외에도 몇몇 우량기업들이 「주식을 대량매입해 주가를 높여주는 대가로 이사나 감사 선임권을 달라」는 외국인들의 물밑요구에 시달리고 있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외국인들의 반란은 이제부터 시작 그러나 재계와 증권가에서는 외국인들의 공세가 「이제부터 시작」이라는 시각을 보이고 있다. M&A전문기업인 코미트M&A의 한 관계자는 『M&A세력을 제외한 구미의 외국인투자자들은 경영개선을 통한 주가상승이 최대 목적이기 때문에 주주가 경영실적에 이의를 제기하는 것은 매우 당연하다는 생각을 갖고 있다』면서 『기업들이 투명하고 합리적으로 경영구조를 바꾸지 않는 한 외국인들의 간섭은 끊이지 않을 것』이라고 경고했다.
특히 주주가 회사임원 등을 상대로 손해배상을 청구하거나 이사해임을 요청할 수 있는 지분율이 1%이하로 낮아지고, 1%의 지분으로도 회사장부를 열람할 수 있게 돼 주총에서는 물론 시시각각으로 소액 외국인주주들의 「반란」이 잇따를 것으로 전망된다.<김동영 기자>김동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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